전중윤삼양식품그룹회장(75)이 우지라면사건발생(89년11월)후 4년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굳게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우지라면사건은 식품과학을 제대로 이해못한 검찰이 상식적인 판단에
매달려 아무죄도 없는 기업을 생사의 기로로 몰아넣었던 "범죄조작극"
이라고 항변한전회장은 4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사건후 겪었던
고초와 최근의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끝까지 법정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법인과 관련임원들에게 벌금형 선고유예와 집행유예가 내려
졌던 지난달 27일의 1심판결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회장=일반사람들은 삼양식품이 벌금을 안내게 돼 도산의 위기에서
벗어났으니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재판결과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검찰은 못먹을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어느 한조항도 법을 어긴게 없습니다. 애당초 기소요건이 되지
않는겁니다.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면 삼양식품은 당연히 무죄
판결을 받았어야 됩니다.

-검찰은 삼양식품을 비롯한 오뚜기식품과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등
4개사가 유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4천6백억여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벌금을 구형했었는데요.

<>전회장=검찰이 법은 잘알아도 식품과학의 전문가일수는 없습니다.
어떤 의도를 갖고 단죄를 하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은
이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몇가지 잘못된 판단을 했습니다. 검찰은 식품의
원료가 "사회통념상 식용으로 하기에 적합하고 신선, 양호하며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식품공전상의 원료구비요건을 들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했지만 이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위생수칙
이지 식품위생법상의 기준과 규격이 아닙니다. 그리고 삼양식품이
사용한 우지가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는
식품제조과정을 잘몰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검찰수사에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전회장=검찰은 삼양식품이 비식용우지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삼양
식품이 사용한 미국산 2,3등급 (톱화이트 탤로우와 엑스트라 팬시
탤로우)우지는 식용우의 도살및 분할과정에서 채취한 신선한 것입니다.
미국동물유지협회(NRD)는 2,3등급우지를 정제했을 경우 1등급의 기준에
부합하거나 더좋은 기름을 만들어낼수 있다고 공인하고 있습니다. 또
이협회의 우지등급분류상에는 비식용우지나 공업용우지라는 용어가
없습니다. 검찰이 만들어낸 명칭일뿐입니다.

-미국처럼 에더블 탤로우라 불리는 1등급 우지를 사용했다면 시비가
없었을텐데요.

<>전회장=물론 수입해 사용할 수 는 있습니다. 그러나 1등급우지는
미국에서도 냉장포장된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대량으로 국내까지
들여오려면 수송비가 엄청납니다. 미국에서 자체소비되는 양이 많아
공급량도 절대부족하고 가격도 2,3등급보다 배이상 비싸 이를 사용하면
라면값이 대폭 높아질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1등급우지도
국내에 수입되면 정제해야 쓸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수사에 잘못이 있었다고 주장하시는 부분은 또 무엇이 있습니까.

<>전회장=검찰은 삼양식품이 산가기준(0.3이하)을 초과한 정제우지를
사용했다고 발표했지만 분석과정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정제우지는
탱크에서 채취한후 섭씨 5도이하에서 보관하고 4시간이내에 검사를
완료해야 함에도 불구, 검찰은 89년10월12일 커피병에 채취한후 4일이나
지나서 플라스틱용기에 옮겨가지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작업을
했습니다. 이검사에서는 산가가 0.4로 나왔지만 이와 동일한 혼합유로서
같은날 채취해 13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는 기준을 크게
밑도는 0.06이었습니다. 삼양식품은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사건전에
도 이미 내부적으로는 자체산가기준을 0.03이하로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었습니다.

-결코 부적합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불량식품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전회장=지난 얘기지만 사건발생직후 하도 답답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의 FDA(식품의약국)에 제품을 보내 안전성에 관한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76가지항목 모두에서 완전무결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삼양식품이 죄가 없다는 것은 이미 사건발생 당시 1천5백여 국내식품
전공학자들의 단체인 한국식품과학회의 성명을 통해서도 인정됐습니다만
검찰과 언론, 일반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식품과학회는 성명에서 "2,3등급우지를 식용원료로 사용했다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우지에 관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온국민들의 위기
의식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으나 당시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같은 내용이 올바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우지라면사건으로 입은 피해는 어느정도나 되는지요.

<>전회장=매출타격이야 숫자로 표현이나 할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가 더컸습니다. 사건발생직후 1천여명의 사원이 회사에 등을
돌리고 떠나버렸고 1백50만상자의 라면이 반품돼 사료용으로 처분
됐습니다.
삼양식품은 지난61년부터 국내시장에 라면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60년대의 식량난해결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자임해 왔습니다만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악덕기업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쓰게
됐습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명예가 실추되고 거래선이 대거
떠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직까지 우지라면 이야기만 나오면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소비자들이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법정투쟁을 끝까지 계속하시겠다는 결심에는 변화가 없습니까.

<>전회장=물론입니다. 개인과 회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마지막까지
무죄를 밝혀내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이미 1심판결
직후인 지난달 28일 서울고법에 항소했습니다. 사법부가 진실을
헤아린다면 우리의 손을 들어줄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러나 명예회복이
목표인만큼 무죄판결이 난다해도 국가를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내지 않을 것입니다.

-1심판결후 삼양식품의 영업에 어떤 변화라도 있습니까.

<>전회장=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국내
라면의 효시인"삼양라면"을 지난달 중순부터 발매하고 있는데 이제품뿐
아니라 전체라면의 판매량이 하루 50%정도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출발하는 기분이지만 진실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룹경영은 어느방향으로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전회장=삼양식품은 이미 라면사업의 매출비중을 40%선으로 낮춰
놓고 있습니다만 "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는 일념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기능성식품등 건강을 위한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한 레저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대관령목장의 6백만평부지를 활용해
교육원과 청소년수련원및 스키장, 가족호텔 등을 건립키 위한 설계
작업을 미국의 전문회사와 공동으로 진행, 거의 끝내놓고 있습니다.

<양승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