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표의문자인 한자와 한문이 한반도에 유입된 것은 기자조선에서
위만조선에 이르는 시기였고 한사군설치와 한족의 이민으로 계기로 활발히
받아 들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것이 삼국시대인 6세기에 토착화
되어 한자어의 생성이 표면화되었다. 신라 지중왕 이후의 왕이름과 행정
구역명 법률 제도등에 한자어를 사용했을 뿐만아니라 신라와 고구려에서
국사편찬과 문학작품이 한문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치면서 한문은 우리 고유어체계속에 더욱 깊이 침투
되어 한자어의 생성을 가속화시켰다. 조선조초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
에도 한문숭배의 사상은 날이 갈수록 고양되기만 하다보니 한자어는 더욱더
늘어날수밖에 없었다.

조선조후기부터 서양에서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수없는 용어들이
한자어로 번역되었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자어로 번역된 용어들도 들어와
가세했다. 해방이후 한문의 공과가 논란되는 와중에서도 한자어의 수는
불어나기만 했다.

한국은 한마디로 일본과 더불어 한자문화권에서 벗어날수 없는 문화사적
숙명을 지닌 나라다. 우리 말의 70%가량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이다. 우리의 고유언어를 가졌다고는 하나 한자를 모르고는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수 없는 언어체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해방이후의 우리의 어문정책은 그러한 역사성을 전혀 무시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민학교에서는 단 한자의 한자도 가르치고 있지
않을뿐만 아니라 중.고교에서 한문교육용 제한한자 1,800자를 가르치고는
있으나 그것 또한 대학입시에서나 운용될 뿐 모든 교과서와 것의 대부분의
출판물이 한글로 되어 있으니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국어교육연구회가 92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자실력평가결과는
국어교육의 파행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자신이 다니는 학과를 "의예과
항공학과 교육학과 화학과 행정학과."라고 쓴 학생들이 54%나 되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한자어로 이루어진 글을 읽고 그 뜻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
하겠으며 한글로만 표기된 동음이어를 어떻게 분간하겠는가. 반문맹국어
교육의 표징이다.

최근 일부기업이 임직원들에게 한사교육을 시키고 신입사원채용시험에
한자과목을 추가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중국과 일본등
한자문화권국가들과의 교류를 촉진시킬 목적으로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다.
교육계도 "한글전용" "한자병용"의 논란을 벗어나 더욱 넓은 시일을 갖고
어문정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