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임원이나 자영업자들이 모범택시와 월단위로 장기전용계약을 맺고
출퇴근때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모범택시의 이용이 비용면에서 유리한데다 주차난 운전자확보난이
심해지고 있는데서 비롯되고있다.

H전자 김모 상무(52)는 요즘 출퇴근길이 한결 편해졌다.

매일 아침 7시반 서울 고덕동 아파트를 나서면 어김없이 모범택시 기사인
신모씨(43)가 자신의 전용차로 계약된 그랜저 택시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

여의도 사무실로 가는 동안 김상무는 조간신문을 보며 아침구상을 한다.
이른 시각이지만 택시내 무선전화를 이용,가끔 거래처에 급한 연락을 하기
도 한다.

물론 퇴근무렵인 오후 7시쯤엔 역시 신기사가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린다.
저녁 약속이 있을 때는 미리 전화를 걸어 언제 어디로 와달라는 연락을
한다.

이 회사 총무부 박영길씨(35)는 "회사임원들에게 공용차를 내줄 때는
자동차값을 빼고도 운전기사 월급등 차량관리비만 임원 1인당 월 1백30만원
이 들었으나 모범택시 전용계약은 월 80만원이어서 싸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범택시 출퇴근전용 계약제가 비용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자 아예 자가용대신 모범택시를 애용하는 손님들도 생기고 있다.

중소기업체인 S기업 황모 사장이 바로 그런 경우.

황사장은 한 달에 기름값 보험료 자동차세등 한 달에 80만원의 차량관리비
를 들여가며 그랜저를 몰고 다녔다.

그런데 출퇴근시 교통체증으로 피곤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낮에 움직이면
주차난, 밤엔 업무상 잦은 술자리 때문에 자가용 운전대를 잡기가 힘들었다.

결국 황사장은 그랜저 모범택시 기사와 출퇴근전용 월 60만원, 기타 이용시
약간의 가산금을 주기로 하고 지난해말부터 계약제로 모범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황사장은 "출퇴근시 편한데다 낮에 급한 출장이 있을 때도 비상전화연락망
이 돼 있어 자가용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사장과 전용출퇴근 계약을 맺은 모범택시기사 이모씨도 "손님을 기다리
거나 찾아다닐 필요없이 고정 출퇴근 손님을 받으니 고정수입이 생기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범택시의 출퇴근 임대자가용화는 승객이나 택시기사 모두에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

특히 경제적인 이점외에도 자가용 운전기사 구하기가 어렵고 주차난과
음주단속이 심해지면서 전용출퇴근용으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따라 쏘나타 프린스 그랜저등 차종에 상관없이 한 달에 60만~80만원
하던 모범택시 전용출퇴근 이용료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 월 1백만원대
에서 서울~분당간엔 1백50만원선까지 계약되는 상황이다.

모범택시 기사 김형덕씨(39)는 "출퇴근 전용계약을 지키기 위해선 미리
대기해야 되고 퇴근무렵엔 약속장소를 멀리 벗어날 수 없어 대부분 미터
요금보다 약간더 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박영준 서울시 택시계장은 "고급택시인 모범택시가 수입을 다양화하기
위해 출퇴근전용 장기계약을 맺는건 자동자운수사업법상 불법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다만 인가된 미터요금을 상회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