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가다는 힐끗 사이고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싸움이 벌어진 다음에 뭘 어떻게 힘을 써보라는 거죠? 휴전을 시키라는
겁니까?" "휴전을 시킬수 있으면 더 좋고. 좌우간 내 얘기는 가와이쓰구
노스케라는 사람을 죽이지는 말았으면 하는 거요" "아,그래요?" "인물임
에는 틀림없는 것 같으니까." 사이고는 "구니쓰쿠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 하는 말이었다. 구니쓰쿠리란 나라만들기라는 말인데,동북지방
까지 평정을 마쳐서 명실공히 막부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다음 새로운 일본
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 구니쓰쿠리에 대해서 왕정복고의 거사를 단행하기 이전부터 사이고는
오쿠보를 비롯한 가까운 동지들과 곧잘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유신 단행 후의 국가를 개조하는 청사진인 셈이었다. 물론 아직
뚜렷하게 확정지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막번체제라는 봉건제도를
폐지하고,천황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국가형태와 정치체제를 막연히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구니쓰쿠리의 단계에 들어섰을 때 가와이쓰구노스케 같은 괴짜는
틀림없이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니,어떻게든지 살렸으면 하는 생각을
사이고는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예,알고말고요" "곧 구니쓰쿠리를 하게
될텐데,그럴때 크게 쓰일 거 아니겠소?" "맞아요. 나도 동감이에요"
야마가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마가다아리도모는 사이고보다 열살가량 연하였으나,일찍부터 존황양이
운동에 참여했던 터이라 서로 동지 관계였다. 조슈번 출신으로,나중에
그는 두번이나 총리대신이 되어 일본의 정치를 좌지우지한 명치 연대의
거목이다.

그로부터 보름 가량 지난 어느 날이었다. 두 사람의 사무라이가 말을
타고 나란히 산협의 오솔길을 가고 있었다.

"다 와 가는군" 앞 사무라이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예,저
산모퉁이를 돌면 절이 보입니다"하고 뒤따르는 사무라이가 얼른 대답했다.

앞쪽 사무라이는 중립노선을 밀고나가는 나가오카번의 필두가로
가와이쓰구노스케였다. 뒤쪽 사무라이는 부하 무관인 후다미도라사부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