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외환딜러들은 외환시장에 호되게 당했다. 이들은 올해
원화강세-달러약세를 예상, 작년에 달러를 팔아치웠으나 이날 예상을
깨고 원화값이 한때 달러당 8백14원60전으로 달러화에 대해 최저치를
기록하고 달러값이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적지않은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단기적으로 환율의 불가측성이 높아지자 외환딜러들의 손이
바빠졌다. 예상과 다른 의외의 움직임을 보이는 환율에 신속하게 적응
해야 하고 이과정에서 시세차익을 높이면서 외환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은행들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최근 은행간외환거래가 급팽창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93년만
해도 은행간 하루평균 외환거래량(원-달러)은 11억8천8백만달러였으나
올1월에는 18억9천6백만달러로 60% 늘어난뒤 이달들어 16일까지는
25억9천6백만달러로 1월한달에 비해 37% 증가했다.

"작년부터 원-달러거래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의달러수요및 공급에 맞추어 은행간거래를 하지만 은행들은 달러를
주식처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자체적인 판단으로 거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확한 거래규모를 알수없지만 대고객거래관련 외환거래를
1로 보면 이와 직접관련이 없는 상품거래차원의 거래는 4-5으로 볼수
있습니다" 외환은행의 이호성외화자금부차장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거래란 쉬운말로 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거래라 할수있다.
이차장은 외환시장을 투전판으로 보면 곤란하지만 대고객거래에
필요한 외환수급에 보조를 맞추면서 한편으론 환위험을 줄이고 또
다른한편으론 차익을 얻기위한 거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
했다.

이같은 은행의 적극적인 환시장참여자세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중에서는 조흥은행이 가장 활발하다. 작년도 은행간외환시장
에서 조흥은행은 외환은행과 쌍벽을 이루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원-달러시장의 급팽창은 은행이 원화영업에서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예대마진이 좁혀진데 따른 이익보전차원과 원화의 국제화에
대비하기 위한포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은행들은 잘 만하면 하루 외환거래에서 수천만원의 이익을 남길수 있다.
하루 1억달러거래에서 달러당 10전씩만 이익을 내도 이익이 1천만원이다.
하루 원-달러거래규모가 최고 40억달러(선물환포함)에 육박하고 있는만큼
이익을 얼마나 남길수 있을지는 쉽게 상상할수 있다. 원화대출영업에서
1천만의 이익을 챙기려면 연간 10억원(이자 1%기준)을 굴려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원-달러영업에 위험은 있더라도 은행들이 전력투구하는 이유를
알수있다.

특히 하루환율변동폭이 커짐에 따라 은행들이 외화자금운에 더욱 민감
하고 반응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작년 9월부터 환율변동폭이 기준환율을
토대로 위아래 0.8%에서 1%로 넓혀졌다. 이에 따라 실제 변동폭이 작년의
경우 하루평균 0.9원에서 올 1월에는 1원이 넘어섰고 최근에는 2,3원되는
날도 많다.

물론 아직도 국내외환시장규모는 외국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본엔화나 독일마르크화 등 이종통화간 외환시장은 취약하고 원-달러
외환거래를 다합해 우리나라의 1년거래량이 싱가포르의 1주일거래량과
맘먹을 정도다. 게다가선물환시장은 척박하기 짝이 없고 국내외환시장의
개방이 안돼 국제외환시장에달러-엔시세에 따라 원-달러환율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국제외환시장에 달러화에 대해 엔화값이 달러당 1백1-1백3엔수순
(1월말1백8-1백9엔)으로 치솟더라도 국내외환시장에서 원-달러가치는
사실상 전혀 영향을 받지않는다. 원-달러는 수급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다만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해 엔화값이 비싸지고 그러인해
엔화에 대한 원화값이 싸져 우리나라 수출이 상대적으로 호기를 맞는
효과를 어을수 있다. 다만 대일수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엔고로
인해 원자재수입단가가 비싸져 원가및 물가상승요인이 생긴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외환시장이 국제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아직도 국내
외환시장이 열악한 상태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은행들이 이를 대비해 외환거래를 늘리고 있고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원화의 국제화가 진행된다며 외환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이창복외환시장과장은 "최근 하루 환율변동폭이 커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는것은 국내외환시장이 활성화되는 징표"라고 분석
하고 "정부가 외환거래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어 그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