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로 수출여건이 좋아진것 같지만 대일수출은 여전히 어렵다"
한국상사원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늘어놓는 "하소연"이다.
수출이 안되는 이유도 지난해와 거의 다를게 없다. 품질및 가격경쟁이
안된다든지, 내수부진이라든지, 역수입증가등을 내세운다. 일본수출에
관한한 두손든 것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엔고를 활용하자는 논의는 많으나 묘수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일본의 산업구조조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소리는 요란하나 행동화는
안된다. 한마디로 총론만 있을뿐 각론부재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점에서
대만의 대일접근방식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대만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집중적인 대일시장개척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의 전시회겸 수출시장개척단을 잇달아 일본에 파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모두 4차례의 부품.소재수출촉진단이 일본을
다녀갔다. 지난 1월에는 경제부차관을 단장으로하는 "과학기술공업투자
촉진단"이 방문했었다. 21일부터는 20여개의 대만기업들이 요코하마에서
전자.기계.자동차부품전시회를 연다. 3월초에는 1백89개사대표들이
일본에 밀려온다. 그야말로 대일시장개척을 위한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대만의 대일시장개척단의 성격이 1백80도 바뀐
점이다. 즉 소비재중심의 세일활동이 아닌 부품.소재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엔고로 일본기업들이 해외로부터 부품및 소재조달을
늘리려는 낌새를 간판한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동남아로 진출하려는
일본기업들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대만의 대일시장개척활동은 일본측에 신뢰감을 주고있다. 우선 행사
자체가 고급스럽게 치러진다. 설명회나 전시회가 모두 시내중심가의
일류호텔에서 열린다. 그만큼 정부나 기업이나 시장개척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대일시장개척활동은
초라하다. 대부분의 상품전시회가 일본무역진흥회의 지원을 받거나,
그것도 교통이 불편한 변두리에서 열린다.

대만기업들의 준비성자체도 놀랍다. 팜플렛하나만 있으면 수출입상담
에서 합작검토까지 가능하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있다. 일본시장을
그만큼 철저히 연구했다는 증거이다. 대일시장접근방식을 볼때 우리는
대만에비해 최소한 1년이상 뒤진감이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대일적자
개선타령만 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