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시중 장.단기금리가 요즘 큰폭으로 동반상승하여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은에 의한 일련의 통화환수로 시장에서 자금이 귀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23일 채권시장에서는 회사채 유통수익률(은행보증 3년만기)이 하루
사이에 0. 2%포인트 오른 12. 4%를 나타냈다. 또 콜시장에선 하루짜리
초단기 콜레이트가 12%수준으로 하루만에 1%포인트 폭등했다.

한은이 23일 예정에 없던 5,000억원 규모의 신규 통화채 발행을 당일
대금납부조건부 입찰로 금융기관에 배정했다. 25일에도 다시 추가로
통화채입찰을 실시할 뿐 아니라 23일 만기가 돌아온 환매조건부 국공채
(RP)약 1조원에 1조7,000억원을 더 얹어 총 2조7,000억원의 환매채를
은행권에 배정했다. 이렇게 유동성을 한꺼번에 빨아들였으니 시중
자금사정이 빡빡해져 금리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너무 많은 유동성이 과소비와 물가상승및 증시의 과열투기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면 인플레 재연,경제의 버블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잉유동성을 흡수
하는 통화환수 수단을 발동하는 것은 중앙은행으로서 의당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통화량의 급격한 수축은 경기에 매우 민감한 파급작용을 미치며
특히 지금과 같이 오랜 침체기간을 겨우 벗어났지만 아직도 성장세가 확고
하게 자리잡지못한 엉거추춤한 과도기에는 신중하게 다루어야할 일종의
극약처방이라는 점이 유념돼야 한다.

통화긴축으로 시중금리가 2단계로 금리를 자유화했던 지난해 11월 이전의
고금리로 환원됐다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문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통화량이 너무 많아지면 물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1월중 1. 3%나 오른 소비자물가의 향방이 심상치 않아 물가가
문민정부발족 1주년의 여론평가에서 가장 실패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고
국회서도 여야의원의 논란이 집중되는 정치 문제로 부상된 판국에서 인플레
억제에 가장 효과가 있는 통화량 수축을 금리 안정보다 더 우선하려는 한은
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통화수축만 하면 물가를 잡을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통화주의의 환상이라 해야 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자의적으로 발동되는 통화수축이 자금시장에 주는
심리적 부담과 강제성을 수반한 자금흡수방식이 빚어낼 시장메커니즘의
왜곡,그리고 경기의 발목을 잡고 증권시장을 냉각시키는 부작용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우리는 통화관리에 이점을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