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원 규모의 제2이동통신 장비시장이 외국업체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제2이동통신 핵심기술인 디지털방식에 대해 국내기업의 기반이 거
의 없어 퀄컴, 미국전화전신회사(AT&T), 모토롤라 등 외국 거대기업들에
비싼 기술사용료와 이전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체신부가 지난해 10월 제2이동통신기술 기준을
기존의 아날로그방식이 아닌 디지털방식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로 확정함에 따라 한국기업이 이 기술을 이전받을 때까지 외국업체에 비
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전자, 금성정보통신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미국의 퀄컴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으나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96~97년
까지는 이동전화의 무선접속을 위한 망 운용장비, 교환기 등 핵심장비 공
급에서 국내업체들은 외국업체들의 들러리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항제철이 주도하게 된 제2이동통신의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는 퀄
컴은 92년 4월에 전자통신연구소와 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개발을 위한 기
술제공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자통신연구소가 지정한 생산업
체인 삼성전자, 금성정보통신 등과도 기술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업체들은 올해까지 퀄컴에 기술사용을 위한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3백50억원을 지급하게 되며 이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 장비의 매출액에서
도 해마다 일정비율을 기술료로 지급해야 한다.
특히 국산화가 많이 진전된 단말기의 경우에도 디지털방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새로 퀄컴의 기술을 채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교환기 등 핵심장
비보다 시장규모가 더 큰 단말기에서도 거액의 로열티 지급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한국이동통신의 장비 일체를 공급하고 있는 모토롤라와 AT&T도 제
2이동통신 장비 시장 진출을 위해 퀄컴과 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 사용을
위한 계약을 맺고 조기진출업체의 유리한 점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선점에
돌입할 계획이다.
AT&T는 지난해 한-미간 쌍무협정에 따라 통신기기시장이 전면 개방됨으
로써 더이상 국내업체와 합작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최근 합작회사인 금
성정보통신으로부터 지분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포철이 제2
이동통신 주도사업자가 될 것을 미리 점치고 포철과 물밑접촉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AT&T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동안 국내에서 사용될 교환기의 입
찰에 참가해 현재 총수요량의 19.2%를 따놓은 상태며 80년 이후 지금까지
교환기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