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소.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오. 사이고 도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까 정말 도중에 혹시 그가 투항을 해오거나 도망가는 것을
사로잡았을 경우 절대로 죽이지는 말라 그거요. 알겠소?" 이와무라는 비식
웃을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소?" "알았어요" 여전히 냉소적이었다.

야마가다는 이녀석이 아무래도 말을 듣지 않을 모양인데 싶어 입맛이
떨떠름했다.

통합을 한 관군은 그 명칭도 아이즈 정벌군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정벌의 목표인 아이즈번보다 먼저 야마오카번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지리적으로도 그랬지만 야마오카 번군이 전면에 나서서 대항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야마오카번을 정벌하지 않고는 아이즈번 정벌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예상했던대로 야마오카 번군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힘에 버거운 상대
였다. 가와이쓰구노스케는 과연 걸출한 사내였던 것이다. 그의 진두지휘하
에 야마오카 번군은 일부 아이즈 번군의 지원을 받아가며 관군을 여지없이
골탕먹였다. 번번이 관군은 그의 치밀하면서도 대담한 작전에 휘말려 타격
을 입고 패퇴하기 일쑤였다. 최신무기인 가드링건과 미니엘총, 그리고
신형 대포가 크게 위력을 발휘한 것은 말할것도 없다.

야마가다는 당황했다. 그는 통합된 관군의 참모로서 도무지 위신이 말이
아니어서 대대적인 나가오카성 공략의 작전을 세웠다. 부대 단위의 소규모
전투로서는 도저히 나가오카 번군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 대규모의 군사를
투입해서 일거에 번의 심장부를 찌르는 작전이었다.

그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다. 안개가 짙게 낀 밤을 택해서 적군의 진지를
우회하여 대군이 쏟아져 들어가 나가오카성을 공략했던 것이다.

그때 가와이는 진두지휘를 하느라 세쓰다야무라의 진영에 나가 있었다.
허를 찔린 것을 안 가와이는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곧 휘하 부대를 이끌고
나가 오카성으로 향했다. 성이 관군에게 공략 당하는 것을 멀리서 보고만
있을수가 없었을뿐 아니라 위태로운 번주 부자의 신변이 염려가 되었던
것이다. 자기를 등용해준 전번주 마키노다다유키와 그의 아들인 현번주
다다구니를 어떻게 해서든지 구출해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는 의리의 사나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나가오카 시가지 외곽에 당도했을 때는 피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