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삼릉)상사가 사내 인재유동화라는 색다른 정책을 추진
하고 있다.

이는 경험축적을 목적으로한 인사이동 개념보다 훨씬 폭넓은 의미를
담고있는 것으로 좀더 유연한 구조 의 조직운영을 목표로 하고있다는
점에서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쓰비시의 인재유동화
정책은 규제완화및 엔고를 배경으로 급격한 산업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사업본부를 축으로한 종래의 상하관계조직만으로는
제대로 적응할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93년 2월 인재유동화위원회라는 기구를 발족시킨 이래
1년간에 걸친 작업끝에 야심적인 묘책을 발표했는데 핵심내용은
네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입사 10년차 까지의 젊은 사원들을 대상으로 반드시 2개 이상의
사업부를 경험하도록 하는 이른바 CDP(캐리어 디벨로프먼트 프로그램)
제도의 도입이다.

둘째 전체 사원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사원의 전력강화다.

셋째는 50세 이상의 중년층에 대한 유동화 추진및 그에따른 처우 개선
이고 넷째는 사업구조재편(리스트럭처링)을 통해 정예화시킨 전직원을
모조리 이동시킬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의 확립이다.
CDP 제도에 대한 기본적 사고는 지난 70년대 부터 있어 왔지만
미쓰비시의 경우 이같은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는
점에서 강도높은 강제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입사이후 5년이 지났는데도 한 사업부에서만 계속 일해
오고 있는 사원이 있을 경우에는 해당 부서장앞으로 인사부로 부터
1차 경고장이 날아든다.
경고를 받은뒤 1년이 지났는데도 변동이 없으면 2차 경고를 통해
앞으로있게 될 조치를 설명해준다. 그러고도 실행치 않을 경우에는
해당 부서장을 총괄하고 있는 담당 임원으로 하여금 인사위원회에서
그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설명토록 한다.

미쓰비시가 인재유동화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은 기존의 경직된
상하관계 구조하에서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제대로 적응할수 없을
뿐더러 업무효율마저 극도로 악화돼 비용이 이익을 초월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재유동화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었던 가와무라(하촌)씨는 노골적
으로 "이런 상태로 방관하다가는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영업비용이
전체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상황을 맞게 될것"이라고 경고한다.

미쓰비시상사의 총영업이익(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은 93년
3월로 끝난 92회계연도중 2천8백60억엔에 달했다. 반면 총영업비용
(판매비및일반관리비)은 2천1백10억엔에 육박, 영업이익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60%가 인건비였다. 가와무라씨는 현재
미쓰비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중도에 퇴사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다고 가정할 경우 2000년이 넘어서는 시점에 가게되면 3사람당
1명은 50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 추세대로
임금상승이 지속된다면 멀지않아 코스트선과 수익선이 교차하는 날이
오게된다는 것이 가와무라씨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종신고용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비용이 이익을 상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 미쓰비시 인재유동위원회에 떨어진 최대의 과제
였다.

인재유동위원회는 이러한 특별임무하에 가와무라외에도 7인의 부차장
급을 멤버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1년간에 걸친 토의작업에 들어갔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정례모임을 비롯 합숙과 심야토론, 별도의 의견
교환 등을 포함해 인재유동위원회가 개최한 회의만도 51회에 달했다.

심사숙고끝에 내린 인재위원회의 결론은 전사적 교류에 의한 보다
유연한 구조의 조직운영으로 모아졌다. 종신고용체재하에서 1인당
영업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인재유동화정책을 추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함으로써 기존전력을 최대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비효율적인 상하관계구조를 타파하고 조직의 능률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강제력을 동원한 유동화를 유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인재유동화위원회의 이같은 결과보고를 토대로 이제 막 닻을 올린
미쓰비시의 인재유동화 정책은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쓰비시의 파격적 정책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이는
종합상사들은 물론 타기업들에까지 파장을 미쳐 일본의 기존 인사
제도와 인재육성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게 될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