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완연한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주가 하락세는 간간히 제동이 걸리는듯하면서도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고
거래도 한산해 전형적인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을 이끌어갈만한
주도세력이 사라지고 시장에 매기를 끌어당길 정도로 눈길을 끄는 재료도
부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떠받칠 힘도 없다는 암울한 진단이 팽배해
있다. 반면 나쁜 소식만이 흘러나와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우선 주가가 맥없이 미끌어져 올해 연초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는 900선이 무너진 이후 사흘째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쳐 9일
870.00을 기록, 지난1월3일의 879.32를 밑돌았다.

올해중 가장 높았던 지난달 2일의 974.26에 비해서는 1백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약세국면이 한달이나 이어지면서 주가는 10%가량이나 빠졌다.

거래부진이 시장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2천만주선으로 떨어진 하루 거래량은 이번주들어 2천만주에도 못미칠 정도
로 크게 줄었다. 증시분석가들은 거래부진에 대해 "주식보유자들은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할 처지여서 선뜻 매도에 나서지 못하고 대기
매수세들도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
이라고 해석한다.

매수세가 자산주 고가주 은행주등에 간간히 "입질"을 하지만 강하지 못해
장세에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달넘게 계속된 조정국면이 이어지자 증시의 관심은 "조정이 언제까지
얼마나 계속될까"에 모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정기간에 대해서는 빨라야 내달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추가낙폭에 관해서는 870선이
지지선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규제조치의 위력이 시장의 탄력을 눈에 띄게 약화시킨 가운데 장세를
억누르고 있는 당국의 통화관리기조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신용융자한도축소에 따른 신용매물 출회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일부
대형사들까지 신규신용공여에 나섰지만 아직은 매도세가 강해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신용융자만기가 4월에 절반이상
집중돼 있어 이때까지는 탄력적인 장세전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럭키증권의 김기주상무는 "간헐적으로 반등이 나타나겠지만 조정이 2주
정도는 이어져 월말께 가서야 장세에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
했다. 그는 "요즘의 단기금리 상승은 고금리시절이 생각날 정도"라고 평가
하면서 이것이 증시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고 있어 쉽사리 조정양상을 벗어
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기술적분석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더 나쁜 상황이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 내다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지선 역할을 해오던 75일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75일선이 곧 하락세로 바뀌면서 데드크로스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추가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낙관론을 펴는 분석가들도 없지는 않다.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은 "자금사정
이 한고비를 넘겼고 일방적인 신용매물출회와 미수금등 단기매물압력이
크게 해소됐고 거래량이 바닥권에 접근했으며 지수 870전후의 지지선기능
이 강하다는 점등으로 볼때 단기반등국면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들의 낙관론은 조정의 마무리를 확신하는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단기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제한된 낙관론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증시진정책 완화 가능성이 장세에 변화를 줄 재료로 손꼽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증권계에서 "기대"하는 것일뿐 시기상조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여서 장세전망에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