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금은 지난 76년 6월 설립됐다. 이때 영국의 종합금융회사인 라자드
브라더스(Lazard Brothers)가 설립자본금 25억원의 50%인 12억5천만원을
출자했다. 라자드브라더스는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77년 8월 20%의 지분
(액면가 5억원)을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에 팔았다. 실제 매각대금은 3.5배
가량의 프레미엄이 붙은 15억원선. 1년만에 본전을 뽑고도 30%의 지분을
계속가지고 있게됐다. 라자드는 81년 5%의 지분을 바클레이즈에 더넘겨주고
87년에는 미국 보스톤은행에 나머지 지분 25%를 모두 팔았다. 이때 붙은
프레미엄은 액면가(30억원)의 최소 5배는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금융회사의 장사는 저런거구나" 회사설립때부터 줄곳 지켜왔던
박래진현사장은 당시 "우리도 언젠가는 저런 장사를 할때가 올 것이니
그때에 대비하자"는 각오를 새겼다.

89년 7월.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필리핀의 종금사인 올아시아캐피탈
트러스트사(All Asia Capital & Trust Corporation)지분 일부를
국제투자공사(IFC)로부터 넘겨받았다.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1천25만
페소를 투자했다. 무상증자받은 것까지 합하면 현재 투자지분은 2천만
페소로 지분율이 5.5%선이다. 우리돈으론 5억7천만원 가량된다.

업계랭킹이 중간정도였던 "올아시아"는 예상보다 빨리 컸다. 작년
마닐라에 있는 1백50여개증권사중 약정고 4위를 기록했다. 인수부문에서는
1위로 뛰어올랐다. "올아시아"는 앞으로 2년안에 기업공개를 목표로하고
있다. 공개가 이뤄지면 주식액면가격이 5-10배는 오를 전망(김광회국제투자
팀장)이다. 마침 필리핀이 경기회복기로 들어서고 있어 전망을 더욱 밝다.
1천25만페소(약3억원)를 들여 6-7년만에 잘하면 20배정도까지 남는 장사를
한셈이다. "올아시아"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연내 동남아지역의 다른
금융기관에 지분을 참여키로 하고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중에 있다"(이수길
상무) 한국종금이 지분참여를 통한 직접투자에 나서는데는 이유가 있다.
예금을 받아 대출을 주고 예대마진을 챙기는 장사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을 운용한 안정적인 장사로는 이익을 내기
힘들게끔 상황이 바뀌었다. 다른 장사수단이 필요했고 그게 바로 "투자
분야"인 것이다.

투자지역으로 우선 꼽은 곳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가진것으로 평가되는
동남아 국가들.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필리핀등은 요즘 국제
금융가에서 "떠오르는 시장"(Emerging Market)으로 대접받고있다.

투자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큰 기대를 거는게 기업공개시장. 이른바
IPO(initial public offering)시장이다. 기업을 공개할때 참여해 주식이
상장돼 가격이 오르면 팔아 고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공개때 공모주를 받아 주식이 상장되면 2-3배는 남는게 상례다. 이는
외국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을 위한 주식(달러표시)말고 현지화폐
표시 주식은 할인발행도 많다. 물량만 확보하면 상당정도의 수익이 그냥
보장되는 장사다.

해외유가증권도 매력있는 투자대상이다. 작년 중반부터 국내기업이
발행하는 해외증권(CB BW DR등)에 투자했다. 런던 홍콩의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데 국내 증시회복도 따라줘 수익이 좋았다. 올 1월 한달동안에만
12억원을 벌었을 정도다. 올해부터는 국내기업이 발행하는 "한국물"위주
에서 외국기업이 발행하는 해외증권까지 투자대상이 포함시킬 계획이다.

한국종금이 이처럼 "투자분야"에 주력할수 있는 것은 종금이란 조직이
이런 공격적인 투자에 적합하기때문이다. 의사결정이 빨라야되고 국제
금융시장을 손금보듯 볼수있는 브레인들이 필요한 일인 만큼 종금만이
할수있는 일이기도 하다. 필리핀 "올 아시아"의 주주가 된 덕에 그나라
기업공개(IPO)시장에 대한 정보도 남보다 쉽게 접근할수 있게 되는등
종합적인 투자가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물론 공격적인 영업이 해외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화란
모든 것을 국제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적시각으로
보면 국내에서도 할일이 많다"(김인주부사장)는 개념이다. 대표적인게
M&A(기업인수합병). 예대마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얼마전 새한금고를 대한교원공제회에 넘기는 거래를 주선해
6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투자은행"(Invest Bank)의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