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명호 한은총재를 금융계에서는 "조용한 사람"
으로 평가한다. 그 속에는 관계부처와 불필요한 마찰음을 내지 않으면서
중앙은행 총재 역할을 수행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있다. 반면 물가
안정의지가 다소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스며있다.

취임 1년이 지난 이 시점의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시장실제
금리 연12%대가 이를 단적으로 반증한다. 예전처럼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도 많지않아 보인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어떻든 금리안정이 어는 정도 실현돼가고있다는 점에서
김총재가 있는지 없는듯 했지만 "나름대로" 역할은 했다는 얘기다.

물가안정 의지가 다소 약하지 않느냐는 평가에 대해서 한은 사람들은
"소리만 낸다고 될일이 아니다"는 말로 반박한다. 물가불안을 위해 돈줄을
조인다고 떠벌려봐야 성과도 없이 금리만 오른다는 이유로 김총재에 대한
비판을 받아친다.

조용해 보이지만 오히려 뚝심은 강하다고 주장한다. 한은 직원들의 이같은
평가는 수장에 대한 말품앗이성격이 강해 어느정도 에누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김총재는 외부압력을 몇차례 거절하는 "소신"를 보인게 사실
이다.

작년말 올연초 정치권으로 부터 몰아친 재할금리인하압력이나업계가
끈질기게 주장한 상업차관확대를 "실효가 없고 적절치도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실명제실시후 엄청난 돈이 풀려 "한은이 통화관리를 포기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당시는 실명제 조기정착과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돈줄을 열었다"고 맞받아치는 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대외적인 활동면에서는 누구보다도 활발하다. 취임1년간 국제금융회의
참가는 6번. 그중 5번은 외국금융인들을 상대로 영어와 일어로 강연을
했다. 95번에 걸쳐 외빈을 만나기도 했다.

으레 껄끄럽기만 하던 재무부와는 "밀월관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언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중앙은행의 본질은 물가안정으로 대표
되는 통화가치 안정과 이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다. 지금은 물가안정이
위협받는때다.

김총재가 있는듯 없는듯 지내기에는 물가불안 우려가 심각하다. 김총재는
실명제이후 돈을 풀면서 물가불안이 가시화될때는 "할말을 하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김총재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 그가 어떤 자세로 통화를 관리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외국돈이 밀려들어오고 있어 여건은 썩
좋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