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유통의 개혁" "화상의 전문화" "미술품거래공개화" "호당가격제
철폐" "정부차원의 지원과 배려" "그림값의 국제수준으로의 하향조정".

개방화시대를 맞아 미술계의 위기론이 고조되고있는 가운데
미술인들 사이에 터져나오고있는 대응방안들이다.

현대적인 유통체계,막대한 자본과 전문지식,선진적 판매기법과 가격경쟁력
등을 갖춘 외국미술계의 국내진출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미술계의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있다.

최근 불란서문화원후원으로 워커힐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세피아화랑을
비롯 외국화랑들의 국내진출 시도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하면
소더비와 크리스티등 세계적인 경매회사들도 국내시장진출 방안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상태.

소더비는 올해 뉴욕에서 개최할 "한국고미술경매전"에 앞서 4월중
"뉴욕경매전국내전"을 갖고 연말께엔 "생활소품경매전"을 통해
미술품경매의 본질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일본화랑들이 최근 국내작가의 일본전을 자주 개최하는것도 머잖아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대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이같은 움직임은 박물관 미술관운영업까지 자유화될 오는97년을 앞두고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대비해야할 국내미술계의 현실은
아직까지 어두운 편이다.

2년래 계속되고 있는 심한 불황으로 인해 국제화에 대한 대비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많은 화랑과 작가들이 "외국화랑이나
작품이 들어와도 우리국민들은 민족주의적정서가 강하기때문에 문제가
없을것"이라는 식의 안일한 자세를 취하고있기 때문.

한국화랑협회가 최근 개방화시대의 국내미술계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세미나개최를 추진하는 등 대책및 전체적인 미술계 활성화를 위한 자구노력
움직임을 보이고는있으나 근본적인 처방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화랑협회의 권상릉회장,노승진부회장등은 지난달 17일 이민섭문화체육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국내미술계의 어려운 사정을 전하는 한편 오는 5월중
개방화시대의 국내미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필 세미나를 개최키로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개방화대책으로 "작가,화랑,소장자의 균형적발전,
불합리한 시장체계의 개선,미술시장및 화랑의 거시적조직정비,세제
개혁을 통한 정부의 시장활성화지원"등을 꼽고있다.

특히 작품성과 관계없이 크기에 비례해 가격을 매기는 호당가격제,명료한
과학적 분석과 증거없이 이루어지는 작품감정체계,비전문적인 유통거래
질서는 시정돼야하며 인기도중심의 작품가격결정에 따른 객관성결여,인학맥,
수상경력등을 통한 작가들의 자기홍보등도 고쳐져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화랑협회의 노승진부회장(송원화랑대표)은 "우리미술계가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작가들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있는 좋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젊은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무시되는 풍토는 지양돼야한다"고
밝혔다.

가나아트의 이주헌차장은 "외국에서는 미술품경매때 세금만 납부하면
되는데 우리경우는 신분이 노출되게 돼있어 구매의욕위축과 함께
음성거래를 유발시킨다"면서 "개방화대책에 앞서 음성거래를 막을수있도록
세법을 개정해주는등 정부의 시장활성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