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멀리 어둠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이 여러개 보였다. 창 밖으로
그 불길을 내다보며 야마가다는, "음-" 무거운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떨었다.

가와이란 놈이 자기의 암살 기도에 대한 보복으로 나오는게 틀림없다
싶었던 것이다.

먼저 올라와 밖을 내다보고 있는 몇몇 무장들을 향해 야마가다는 말했다.

"가와이란 놈을 이번엔 기어이 없애야겠소. 지독한 놈이오. 그 놈을
죽여버리지 않고는 일이 끝날것 같지가 않소"

그러자 무장들 가운데 한 사람이 불쑥 입을 열었다.

"정말 가와이를 죽일 작정입니까?"
이와무라 군감이었다.

언젠가 자기에게 가와이를 죽이지는 말라고 간곡히 당부를 하더니 싶었던
것이다. 밀사를 보내어 일이 잘 안되면 암살을 하려던 그 일은 야마가다가
극비에 추진했기 때문에 이와무라는 모르고 있었다.

불쑥 반문을 한 사람이 이와무라라는 것을 알자 야마가다는 약간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죽이지 않고 사로잡을 생각을 했었는데,이제 상황이 달라졌지 뭐요. 당장
저렇게 눈앞에 대대적인 반격을 가해오고 있는데, 가만히 놔둘 수가
있겠소?"

사실 야마가다는 이제 아까운 인물이니 가와이를 죽이지는 말아야겠다는
그따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칫하면 자기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인데,
그런 여유있는 생각을 하고있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가와이를 사살할 저격부대를 급히 편성합시다. 어떻소? 여러분"

야마가다의 즉석 제의에 반대하는 무장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찬성을
하자 그는, "좋아요. 그리고 그놈을 사살한 사람에게는 특진과 함께 큰
포상을 하도록 하겠소"하고 선언을 하였다.

곧 성안에 있는 군사들 가운데서 총쏘는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을 골라서
저격부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부대의 지휘를 야마가다는 이와무라에게
맡겼다.

"이와무라 군감,나는 당신만 믿소"

야마가다가 어깨를 툭 치며 말하자,이와무라는 반듯하게 내려뻗은 콧대를
실룩거리면서,

"염려 마세요. 진작 그랬더라면 벌써 내가 그놈을 해치웠을거 아니에요"
하고 히죽이 웃었다.

이와무라는 부하 대원들을 시가지의 저격하기 좋은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전투가 벌어져도 그들은 휩쓸리지 않고 잠복하고 있다가 가와이로 여겨지는
적의 무장만을 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