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끌어오던 UR다자간협상이 마침내 지난 93년12월15일 일괄 타결
되었다. 남은 일은 각국이 94년2월15일까지 최종국별 이행계획서(Country
Schedule)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다자간확인을 94년3월31일까지 끝내는
것이다. 그리고 4월중순에는 각국의 각료가 모로코에 모여 협정에 서명
하기로 되어있다. 단 이 서명은 각국이 국내비준등의절 차에 회부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서명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각국 정부는 국내비준등의를 얻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UR다자간 협상에는 모두
117개국이 참여했고 대부분의 개도국도 참여했다. 각국의 경제여건이
다르고 협상대표단의 시각도 달라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이번
협상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지 정부가 국내에서
국회의 비준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게 되어있다.

이번 UR협상타결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잠정적이나마 분석해놓은
것을 종합해보면 공산품 분야에서는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크게 얻을 것도 크게 잃을 것도 없지만 농산물 분야에선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결론이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
해갈 것인가는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정태적 분석에 근거를 둔 것이다.

UR협상타결 이전의 우리나라 농업문제는 크게 두가지가 있었다. 첫째
농업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농가인구가 13년동안 절반으로
줄어 93년말 현재 540만명이 되었고 농가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증가하여
60세이상 고령인구가 127만명으로 전체 농가인구의 23%수준을 넘고 있다.
둘째 대규모의 세금이 2중곡가제 운영에 쓰여지고 있었다. 추곡수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 양곡증권 잔액이 지금 6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고 그에 대한 이자지급만 해도 6,2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추곡수매비용과 양곡관리및 저장비용을 모두 합하면 실제
농민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다.

그간 우리나라 농업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보다는 매년 정치논리에
이끌리어 땜질식의 단기대책으로 일관되어 왔다. 그러나 UR농산물협상을
계기로 비록 늦었지만 산업으로서의 농업경쟁력을 높이며 영농기계화와
우리입에 맞는 신품종개발,그리고 유통구조 현대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농어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이농자의
기술훈련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UR협상에 관계없이 실행되어야 하는
일이므로 아주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UR협상결과에 대해 정부를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우선 결국은 넘을수 없는 쌀개방압력의 파고를 정부가 사전에 과소평가
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을 실망케 했다. 그리고 7년간의 협상과정에
있어서도 대표단 구성원의 잦은 교체와 전문성 부족때문에 우리대표단이
우리의 몫을 잘 못챙기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낳게 했다.

외국의 경우 대표단구성에 있어서는 정부사람일색으로 하지않고 정치에
중립적인 학계의 전문가를 동참시켜 대외협상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다.

또한 반드시 지적되어야할 점은 UR협상에 대해 우리국민은 필요이상으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UR협상은 다자간협상이며 우리보다
훨씬 못한 후진국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사람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UR협상에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모두가 참여하고 있기때문에 결국 협상
결과로서 개방의 평균수준은 선진국이 주장하는 것보다 낮은 수준으로
귀착될수 밖에 없다.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과 맞상대하는 쌍무협상은
우리에게 절대 불리하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

한편 UR의 서비스개방과 관련하여 노동력의 국경이동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진국도 개도국에 대해 과도한 서비스개방요구를 할수 없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다자간협상으로서 이번 UR협상은 마지막이 아니다. 이제 곧 GR(Green
Round)다가오고 BR(Blue Round)와 TR(Technology Round)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GR 환경보호를 구실로 국가간의 무역을 규제하는 다자간협상이며
BR는 주로 선진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냐 자국수준의 강화된
노동기준을 개도국에 강요하는 형태를 가지는 다자간협상을 가리킨다.
그리고 TR는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지원이 다른나라의 경제활동을 저해
하는 경우 이를 규제하는 다자간협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선진국을
제외한 후진국들에는 산넘어 산인 셈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증진국
으로서 후진국보다는 형편이 조금 나은 셈이다.

어쨌든 줄줄이 다가오는 다자간협상을 놓고 우리는 이를 극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첨예한 대치상황에서 중진국
으로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내시장의 빗장을 풀어나가야 하고 또
상대국시장을 공략할수 있어야 한다. 패배감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서
세계를 향해 뛰어야 우리는 살수 있다.

우리나라 4,000만 인구의 생각은 각기 다양할 것이다. 개방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탄력적으로 수용할수 있어야 한다. 쓴소리도 귀담아 들어주고 개방의
피해자에게 위로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UR비준을 제기로 모든
국민이 승자가 되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