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협정 조인식 수석대표자리는 그 쪽에서 맡으시오" 오는 4월15일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 열릴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최종 조인식에 정부
공동대표로 참석할 외무부장관과 상공자원부장관이 이렇게 "수석"자리를
서로 "양보"하고 있다. 이유는 최종 협정안에 서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수석대표자리를 맡을 경우 올 하반기에 치뤄야할 국회비준과정에서 협정안
에 서명한 장관이 국회에 출석,곤욕을 치를 것이 뻔하기때문이라는게 중론
이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회의를 갖고 어느 장관이 서명대표를 맡을 것인지를
협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보면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이나 한승주 외무부장관 중
한명이 수석대표로 나서는게 당연하다. 상공자원부장관은 통상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있다는 점에서, 외무부장관은 형식논리상 국제협상의 대표로서
적임자로 꼽히고있다. 하지만 두 장관모두 수석대표로 나서는걸 꺼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상공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외국과의 협상이 있을 때마다 수석
대표를 고집해오던 외무부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번에는 상공자원부에 그
자리를 양보하고있다"며 "생색나는 일만하고 궂은 일은 꺼리는 자세야말로
부처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외무부를 비난.

<>.마라케쉬회담에 외무부장관과 상공자원부장관이 공동대표로 참석키로
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대표로 나가는 방안도 한때 검토됐으나 정재석부총리는 경제팀장
으로서 경제전반을 책임지고나가야 하는데 UR문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배려해야한다는 점에서 제외됐다는 후문.

<>.마라케쉬협정 조인식을 준비하고있는 실무자들은 "지난 연말 제네바
협상에 나갔던 실무자들이 일을 꼼꼼이 처리하지 못해 후속작업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거의 대부분 승진해나간 당시의 협상실무자들에 대해 볼멘
소리.

수정하더라도 할말이 있지만 우리는 말로만 "조건"을 제시했을뿐 문서에
명시하지않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 전자 비철금속등 9개공산품의 양허
축소를 놓고 요즘 제네바검증회의에서 우리대표단이 "약속위반"이란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려있는 것도 이런 당시실무자들의 무성의한 일처리 때문
이라는 주장.

<박영균.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