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몇가지 취미를 가지게 마련이고 나도 예외없이 이것
저것 취미라고 즐겼다. 첫직장시절의 산행 그다음 스키 윈드서핑 골프등
이것저것 해보았다. 그중에 하나 빼놓을수 없는것이 바둑이다.

내가 서울대 공과대학을 지금의 관악캠퍼스가 아닌 상계동에서 다닐때
학우들이 바둑서클을 만들어 매년 대회도 열고 열심히 기력향상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그당시 나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해 가정교사일을 하느라 사간적인 여유
가 별로 없어 학창시절의 낭만을 마음껏 즐길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20여년이 지난 5년여전 갑자기 아련한 학창시절의 향수와
더불어 바둑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회사가 위치
한 신촌로터리 주변의 기원들을 기웃거리다가 눈에 번쩍 띄는 곳을 발견
했다. 그곳이 지금도 내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내 아지트이기도한
한국기원 마포지원이다.

그날 처음 원장의 소개로 젊은 대학생에게 대국지도 받은것이 인연이 돼
나는 시간만 나면 이 기원에 가게됐다. 그 대학생이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
이 돼 SBS에서 PD로 활약하고 있는 박장우군이다. 그때부터 바둑삼매경에
빠지다보니 자연히 귀가시간도 잊고 젊은 기우들과 어울려 대국후 소조잔도
기울이고 이얘기 저얘기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취미서클의 명칭은 "푸른 돌"이다. 이회는 약10여년전에 고교생
학생왕위전에 출저했던 김세현씨(대우사원.아마국수), 전국대회를 제패한
아마6단으로 한국과학원에 다니는 김정우씨와 그의 부인 이한옥씨, 대학시절
한국대표로 일본과 교류했던 박장우씨, 해동화재에 다니는 박성규, 장동주씨
그리고 아직 재학중인 소장파 임진영, 이래철씨등 기라성 같은 남녀회원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프로3단인 안관욱사범도 입단전에는 "푸른돌" 멤버여서 입단 대국시
기우들과 같이 응원차 종로 한국기원에 가서 마음조렸던 일이 기억에
새롭다.

우리 "푸른돌"회원 가운데 지난 5년간 기우끼리 결혼하여 지금은 어엿한
아들 딸 낳은 부부가 줄잡아 다섯쌍이나 된다는것 또한 특기할만한 일이다.

나는 기력이 세지도 못하고(자칭 아마초단정도) 워낙 급한 성격에다 공부
도 게을리 하는터라 삼국지의 맹획과 제갈공명의 싸움처럼 영낙없는 칠종
칠금의 형세로 영 승률이 좋지않다. 그래도 끝까지 분투하는것이 내 기질
이고 그런 나를 우리 젊은 기우들이 열심히 응원해줘서 항상 유쾌한 마음
이다. 금년에는 바둑책 좀 더보고 맹획처럼 날뛸게 아니라 제갈공명처럼
침착하게 작전을 세워 한급정도 승급도 해 YB기우들에게 OB큰형님의 기개를
보여줄 각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