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 좀 나아져 살만해지면 사람들은 삶을 즐기고 싶어하고 그 뒤에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시켜 보려는 욕망을 갖게 마련이다. "장수식품"
"건강식품"을 내세우는 상품이 흔하게 나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지체높고 웬만하게 산다는 집안에서는 가장이나 귀한아들이 가을
이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게 하기 위해, 봄이면 무더운 여름을 탈없이
보내게 하기 위해 부인들은 한약방에 들러 보약 한재 씩을 지어다 달여
먹이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을 치르면서 찌든 가난때문에 부유한 집안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졌던 이 풍습이 근래에 들어 보편화 돼가고 있는 것을 주위에서
보게 된다. 우리의 생활이 그만큼 풍족해졌기 때문이리라.

보약이란 정기를 보하는 약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몸의 전반적 기능을
잘 조절해 주고 저항력을 높여 건강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보약종류
은 보기약 보양약 보혈약 보음약의 4종류로 나눌수 있고 각각 기 장 혈 음
이 허할때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쓰는 약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된 약재를 썼을때의 이야기이다.

보약의 성수기인 최근 모대학 한방의학연구소팀이 보약에 많이 쓰이는
녹용 삼지구엽초 산수유 당귀등 한약재의 성분과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약효가 심하게 떨어져 있거나 중금속 함유량이 기준치이상을 밝혀
냈다고 한다. 수입한 순록의 뿔을 녹용이라고 속이는 것쯤은 한의사들이
판별할수 있을지 몰라도 중금속에 오염된 약재를 구별해 낼수는 없는 노릇
이다. 보약이 독약이 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약도 약인만큼 하루속히 원산지표시를 하도록 하고 전문가를 양성, 품질
검사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덮어놓고 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보약이란 본래 병을
치료한뒤 회복기에 먹는것이 정상이라는 것이 "동의학"의 지론이다.

정조때의 실학자 박직원은 그가 지은"육옹전"에서 민옹의 입을 빌어 보약
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갈하고 있다.

"불사약을 아침 저녁으로 다 먹어보았지만 불사약 치고는 밥만한것이 전혀
없음을 알고 나는 아침에 한그릇 저녁이면 또 한그릇을 먹고서 이젠 벌써
이른살 남짓을 살았다" 식보가 약보보다 낫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