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국제 정보기기전시회인
"세비트 94".

미국 라스베이가스의 "컴덱스"와 쌍벽을 이루는 이 전시회에서는 대만과
싱가포르가 꾸며놓은 국가관이 인텔 IBM등 세계적인 컴퓨터업체들 못지않게
큰 관심을 끌었다.

전시회에 참여한 5천여개업체들 대부분이 독자적으로 쇼룸을 마련한데
반해 대만과 싱가포르는 중소기업을 위해 "거대한"국가관을 차려놓고 집단
홍보를 전개,바이어들의 발길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대만은 21개 전시홀중 5군데,그리고 싱가포르는 1개 전시홀에 국가관을
차렸으며 그 규모는 우리의 삼성전자 현대전자등은 물론 인텔 IBM보다도
훨씬 컸다. 우리나라로 치면 KOTRA 컴퓨터산업협회등과 같은 관련 단체
들이 앞장서 자금력이나 기술력부족등의 이유로 국제전시회 참여를 꺼리는
중소업체들을 모집, 국가관을 설치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기료등도 지원
해 준다는 것이다.

"작은 힘도 모으면 큰힘이 된다"는 사소한 진리를 상술에 활용,상당한
효과를 거두고있는 셈이다.

대만 대외무역발전협회(CETRA)의 이곳 대표인 홍주태씨는 "세트라에
참여한 대만 중소업체의 수는 1백2개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중소업체
들이 직접 국제무대에서 경쟁할수있는 길을 열어주는게 국내 컴퓨터 산업
발전에 큰도움이 되는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문제는 대만이나 싱가포르의 이같은 움직임에 비해 세트라 전시장내에
국내중소업체는 찾아보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이곳에 혼자 힘으로 쇼룸을 마련했다는 (주)뉴테코리아의 정찬익대표를
만나 우리 중소업체의 현황을 묻자 "KOTRA등이 없어 이곳에 참여한 중소
업체 수를 파악할 수 없다"고 전제,"그러나 그수가 많아도 5개는 결코
넘지 않을것"이라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국내에서 유행어처럼 나돌고있는 국제화나 중소기업육성 운운은 단지
구호에 그치고있는게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금이나 지원해주는 것만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길은 아닐것이다.

전세계 60여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국제 전시회에 보다 많은 업체들이 참여
토록 유도, 외국의 첨단제품을 둘러보고 국제무대에서 뛸수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보다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책에 눈을 돌려야 할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