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항로에 거센 격랑이 예고되고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시장을 처음 불공정무역국.관행(PFCP)에 포함시킨
미무역대표부(USTR)의 "국별무역장벽보고서(NTE)"는 미국정부의 "한국
두들기기"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당장 오는 4,5일 이틀동안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무역실무회의가 관심이다.

NTE보고서가 발표된 직후에 열리는 양국정부간 회의라는 점에서 미국측의
대한통상기류를 탐색해볼 수있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측이 요구해온 의제는 <>자동차 시장접근 <>유통
종합유선방송(CATV)등 투자및 서비스시장개방등 7개분야 18개항목에
이르고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대한통상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모조리 망라,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향후의 본격적인 통상공세의 "근거자료"
로 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도 볼 수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의제중 새롭게 불거져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다 재탕에 삼탕까지 돼있다.

정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에 한미통상장관회담 DEC(실무급 직접대화) 정례무역실무회의등
각종 공식대화채널은 물론 각종 비공식루트까지 총동원해 현상황에 대한
입장과 우리나름의 개방일정을 충분히 설명해왔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예컨대 자동차에선 미국이 주장하는 관세(현재 10%)인하는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관세장벽이 높다는 미국측 주장에 설득력이 약하다는
게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미국이 고율이라고 주장하는 자동차 취득세나 내국세의 경우도 내외국산을
가리지않고 배기량이나 소매가격기준으로 돼있어 특정외국차만을 겨냥한
장벽도 아니고 그렇게 봐서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검역제도(일명 그린카드시스템)의 경우는 국민위생차원
에서 세계각국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있는 만큼 이를 비관세장벽으로
공격하는 것은 납득할 수없다는 입장이다.

지적재산권의 경우도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타결과도 맞물려 우리나름의
일정을 갖고 각종 보호조치를 강화하고있음을 누차 설명해왔다.

그런데도 미국측이 이번에 이들 의제를 "마이동풍"식으로 또다시 들고나온
"저의"가 무엇이겠냐는게 고민의 핵심이다.

이재훈상공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측이 어떤 주장을
제기해오더라도 우리측에서 추가양보등 새롭게 내놓을 수있는 카드는
없다"며 "이제까지 해왔듯 우리측의 입장을 다시한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데 협상의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국측이 우리정부의 이같은 "췌정"을 받아들여주겠느냐가 관심이지만
현재로선 "기대난"이란 관측이 더 유력하다.

이번 NTE보고서에서도 나타나듯 미국측은 자신들의 잣대로 우리나라의
시장개방상황을 평가하고있기 때문이다.

슈퍼301조라는 "핵무기"를 내세워 통상시위를 벌이고있는 미국앞에서
우리측이 택할 수있는 대응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원래 한미무역실무회의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차례씩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는데도 이번 회의로 3월초 서울회의에 이어 올들어서만 벌써 두차례
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그에앞서 2월엔 워싱턴에서 DEC도 열렸었다.

그만큼 양국간 통상현안이 간단치않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지난달 부활된 슈퍼301조에 따르면 미행정부는 NTE보고서를 바탕으로
9월말까지 주요교역대상국들의 "불공정무역관행"을 종합적으로 정리,
"시정협상"을 벌일 PFCP(우선협상대상국.관행)으로 지정하게돼있다.

PFCP로 지정되면 그로부터 21일이내에 해당불공정관행에 대한 조사여부를
결정,12-18개월이내에 협상을 통해 시장개방을 관철시키거나 결렬의 경우엔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수있도록 하고있다.

NTE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시장이 PFCP대상으로 거론된 만큼
슈퍼301조의 그물을 벗어나는 일이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아직 시간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6월말엔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DEC에서 열리게돼 또한번의 종합적인
"흥정"기회가 주어져있다.

이달중순 모로코 마라케쉬에서의 UR협정 조인식에 참석하는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이 미키 캔터미무역대표와 통상장관회담을 가져 양국간
통상현안을 조율하는 방안도 추진되고있다.

슈퍼301조의 발동시한을 5개월남짓 앞두고 긴박하게 돌아갈 한미통상
전선의 시험대가 될 이번 워싱턴무역실무회의에 모아지는 관심은 이래저래
클 수밖에 없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