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변영진시설이사(47)는 지난74년 서울시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주택개량과장 건축지도과장 도시계획과장등 주요 건축직
을 두루 거친 전문 "주택행정인"이다.

금년 2월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존 롤스 사회정의론의 정책
규범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을 배제
하고 "사회최극빈층에 대한 차등우대가 이뤄지는 사회가 바로 정의로운
공동체"라는 존 롤스의 사회정의관에 착안, 우리 주택공급 배분체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바람직한 주택정책의 규범화를 역설한다.

그가 바쁜 시간중에 이같은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불량주택
재개발시 세입자문제와 건물의 일조권문제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목격
되는 여러가지 갈등과 마찰에 대해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서였다.

"주택은 단순한 경제재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 수단인
동시에 자기 실현의 공간입니다" 그럼에도 저소득주민들에게 주택소유
는 요원한 현실이다.

변이사는 이때문에 주택공급이 자본주의사회의 시장메커니즘만으로
이뤄질 경우 사회 계층간 갈등이 끊임없이 양산돼 결국에는 전체공동체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한 분배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유독 주거빈곤이 심화
되고 있는 도시빈민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꼭 필요
합니다"

그러나 변이사는 이같은 저소득계층위주의 주택공급정책이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이나 정부의 시혜적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호혜적인 차원에서 사회구성원들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그는 주택정책규범 확립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확실한
규범이나 명분없이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형성되거나 정부의 단독의지
만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불평등한 주택소유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이사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토지자원의
사회적관리 강화와 주택금융제도의 대폭정비, 주거비지원제도의 완비
등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자체도 주택에 대한 사회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가능한 것입니다"라며 "정책을 형성하는 규범마련은 당장
어렵더라도 현재 집행되는 정책을 평가하는 잣대는 하루빨리 마련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는 그가 학위논문에서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는 결론이기도 하다.

<조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