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경공업상품에 대한 이곳 바이어들의 클레임이 끊이질 않음.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과 동남아 상품에 계속 밀리고 있어 더이상 본국 상품
취급이 어렵다는 판단임. 어렵게 개척해놓은 상권을 잃을 수는 없으므로
동남아 등지의 경쟁력있는 제3국상품을 확보,바이어들에게 대체 공급하고
있음"

국내 모종합상사의 미국법인이 올초 서울본사에 보낸 영업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본국상품 취급실적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는 이유를 물어온
본사기획부서에 "명쾌하게" 그 까닭을 설명한 셈 이기도 했다.

(주)대우의 미국법인인 대우아메리카사의 경우 지난해 섬유부문 매출
4억여달러어치 가운데 30%가량인 1억2천여만달러어치는 이같은 3국간
거래를 통해 챙겼다.

럭키금성상사의 LGA는 3국간거래대상을 섬유직물등 경공업뿐아니라 화학
가전제품 컴퓨터부품등으로까지 확대,지난해 1억3천만달러어치의 실적을
기록했다. 심지어 철강업체인 D사의 미국법인은 본업인 철강판매업만으로는
수지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판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핸드백 스포츠의류 소파등 경공업제품을 수입 판매해 "재미"를 보고있을
정도다.

이 정도는 그래도 약과다. 효성물산의 미국법인인 효성아메리카사가 1백%
출자로 설립한 가방전문판매회사인 "라이프스타일"사는 지난해 내다판 8백
여만달러어치 가방의 거의 전량을 태국등 제3국에서 조달했다.

"웬만한 한국산가방으로는 채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는게 판매
담당자의 설명이다.

종합상사관계자들은 이같은 "모국 상품 외면현상"에 대해 "글로벌시대의
무역상사들이 모국 상품에만 집착해야할 이유도, 그럴 겨를도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 진출한 제조업체들이 현지화에 승부를 걸듯이 상사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팔릴만한 상품이라면 국적을 떠나 거래할 수밖에 없지않겠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선경의 현지법인인 SKA사같은 경우는 아예 대표이사사장을
현지인으로 임명했는가 하면 지난해 올린 13억7천만달러의 매출액중
본국상품을 가져다 영업한 부분이 전체의 20%도 채안되는 2억5천만달러에
불과했을 정도로 "글로벌영업체제"를 구축해놓고있다.

SKA의 김영만회장은 "경쟁이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한국상품이 살아
남으려면 우선 한국계 종합상사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있어야한다"며
"글로벌시대에선 모든 것을 경쟁력만으로 얘기해야하는 것아니겠냐"고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