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야는 클린턴행정부가 최근 마련한 의료개혁정책을 둘러싼 찬반논쟁
으로 떠들썩하다. 재정적자 삭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클린턴 행정부가
올 해 야심작으로 입안한 이정책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아오던 미국인
들에게는 적잖이 충격적인 탓이다.

이와 관련,경제전문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지에 실린 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시카고대교수의 글을 요약한다.

<편집자>

늙는다는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있다. 늙으면 불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동안 의학기술의 발달,노인에 대한 차별방지
법안 마련,사회보장제도 및 실업대책의 개선등에 따라 노인들이 져야할
짐은 많이 줄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돕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은 그다지 도움이 필요치 않은 노인들에게도
지나치게 많은 선심을 쓰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같은 선심탓에 젊은층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지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문제가 세대간 갈등요소로
표출될 수도 있을 조짐이다.

미국이 사회보장연금및 노인들의 의료비용으로 지출하는 돈은 미국 GNP의
7% 연방재정지출의 30%와 맞먹는다. 지난 70년대에는 연방지출액의 20%를
넘지 않았다. 독일 스웨덴등 유럽 여러나라들도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지출이 재정적자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노인들에 대한 정부의 보건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의료비
지출이 급증한데도 한 원인이 있다.

미국에서 60세이상되는 인구는 12%정도에 불과하나 전체 의료비 지출의
40%가 이들에게 돌아간다. 노인들이 젊은이보다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이는 이상적인 의료보장 체제
아래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건비용 지출 방식이 잘못돼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의료비가 질병예방
차원에서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병에 걸린 노인들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
시키는데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체인구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되지 않을 때는 손쉽게
훌륭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들고
평균수명이 60세를 넘는 추세인 사회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지난 60년대 노인인구비중은 10%를 밑돌았으나 오는 2020년에는 이수치가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젊은층이 부담해야할 노인인구를 위한 복지비용이 점차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최근 공개된 한 미예산자료에 따르면 1920
년대에 출생한 사람은 평생 소득가운데 세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30%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틴에이지세대는 앞으로 세금으로 37%정도는
내야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20년뒤 한창때를 맞게될 사람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66%이상을 세금으로 내야할 판이다.

젊은층에서 노인들의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이 유일한 세대간 갈등
요인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난 67년 노인차별방지법이 마련되자 나이든
노동자들에 의해 부당해고.승진-급여불평등 제소가 잇따랐다.

그리고 86년 미의회가 이 법안의 수정조항을 만들어 노인들에 대한 차별
방지를 강화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노인들의 노동참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법안에 대한 수정조항의 마련은 노인인구의 경험을 기업들의
경쟁력강화에 활용하고 실업수당등으로 나가는 돈을 줄여 재정부담을
덜어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다른 입법으로 노인들에 대한 복지혜택이
나아지자 이들이 노동을 하기보다는 놀기를 택했던 것이다.

노인들은 정치적인 로비력이 젊은층보다는 낫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
에게 불리한 입법을 막을수 있다. 그러나 젊은층은 언제까지나 이같은
점을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 복지비용을 둘러싼 세대간의 추한 싸움이
표출되기 전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젊은층의 부담이 덜어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