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이 달라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홍빛 꿈나라"의 환상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던 아동
문학이 이제 냉엄한 "황토빛 우리땅"의 모습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아동문학가 강원희씨의 "북청에서 온 사자"와 김향이씨의 "가슴으로
흐르는 강"은 아동문학의 이같은 변화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주목을 끈다.

강씨의 작품은 지난해 제1회 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작으로 금성출판사에서,
김씨의 동화는 제23회 삼성문예상 장편동화부문당선작으로 민음사에서 각기
5월중 발간될 예정이다.

이들 두 작품은 특히 조국분단이라는 아픈 현실을 우리고유의 정서가
배어있는 전통민속놀이나 무속을 매개로 다뤄 눈길을 모은다.

"북청에서 온 사자"는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으로 헤어진 쌍둥이 북청
사자의 슬픔을 통해 민족분단의 고통을 전하는 동시에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무거운 동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분단과 통일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듯 아름답게 처리, 읽은
사람의 감동을 자아낸다.

북청에서 사자놀이를 즐기던 연희패가 1.4후퇴를 맞아 쌍둥이 놀이사자중
하나는 굴 속에 숨겨두고 나머지 한 사자만을 데리고 월남하는 데서부터
얘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40년이 지난다.

봄바람이 분 통소 소리에 40여년의 오랜잠에서 깬 북청사자 "북이"는 늙은
호랑이 "호호"로부터 그간의 자초지종을 듣고 40년전 남쪽으로 떠난 쌍둥이
아우사자 "청이"를 찾아 나선다. 철조망이 처진 휴전선을 휴전선인지도
모르고 훌쩍 뛰어 넘은 북이는 수수깡 안경을 쓴 허수아비 "허허"를 만나게
된다. 허허의 손에 이끌려 남으로남으로 내려오면서 북이는 우리의 잊혀진
정서에 접하게 된다. 어린 심마니인 동자마니,마을 어귀에 서있는 장승,
솟대를 보면서 북이는 "우리것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가을이 되자 허수아비는 자전거를 타고 고향으로 떠나고 북이는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정월대보름맞이 북청사자놀이를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놀이마당에서 본 북청사자의 모습은 너무 젊고 얼굴빛도 달랐다.
청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빠진 북이는 실망하고 만다. 그 때 징소리가
높아지면서 또 한마리의 사자가 나타난다. 헝클어진 갈기에 빛 바랜
붉은얼굴과 몸매. 그리던 청이가 틀림없었다. 북이는 쏜살같이 놀이마당
으로 뛰쳐나가 청이를 끌어안고 뒹굴고 하늘의 보름달까지도 징을 치는
가운데 구경꾼도함께 어울겨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삼성문예상 동화부문 수상작인 김향이씨의 "가슴으로 흐르는 강"은 민족
통일이라는 테마를 무속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엮어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주인공 소녀"소화"의 할머니가 동란의 와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보면서 무당이 된 얘기 그리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씻어주기위해
평생의 소원인 통일굿을 펼치는 과정들이 맛깔진 우리 어휘로 전개된다.

최근의 동화들이 이처럼 성숙된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아동문학가 정채봉
씨는 "이들 작품들이 동화의 문학으로서의 차원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우리
아동문학 여건상 좀체로 찾기 어려운 제3의 출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