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건설행정을 흔히들 근시안적이고 단견적이라고 싸잡아 질타한다.
전반적인 실태를 되돌아 볼 때 맞는 말이다. 백년은 커녕 한치앞도 내다
보지 못하고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는 전시위주의 건설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실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물속으로 폭삭 내려 앉았는가 하면 교각이 물속에 떠있는 다리마저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부실건설행정의 표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부실건설행정의 원인은 당국자들이나 시공업체 관련자들이 어느 누구보다
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당국 시공업체 하청
업체들이 이리저리 가르고 난 뒤의 나머지 극히 일부의 공사비만이 실제
공사에 투입된 결과가 부실을 낳았던 근본적인 원인이기는 하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국과 시공업자들의 잘못된 의식도 역작용을
한다. 외부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부실한데가 있고 또
오랜 세월에 걸쳐 다시 뜯어 고칠데가 없을만큼 완벽한 설계가 아니어야만
당국이나 시공업체들이 할일이 이어지고 관련자들에게 이권이 생겨나게
된다는 너무나 타산적인 생각이 은밀히 깔려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 올 때는 도심거리의 멀쩡한 인도가 파헤쳐져 새로이
보도블록이 깔려지거나 한해 내내 방치되어 오던 울퉁불퉁한 길들이 일시에
포장되는 도시건설행정 또한 그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보면 그러한 타산의
소산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다.

이번에 서울시당국이 세운지 몇십년도 안된 다리 4개를 개보수하겠다고
하는 것도 건설관련자들의 비뚤어진 의식이 남겨준 유산인것만 같아 씁쓸
하기 짝이 없다. 인터체인지를 새로이 만들고 뚫릴지 모를 다리바닥을
보수하는가 하면 차량추락방지시설을 개수하겠다는 것이다.

얼마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물위에 뜬 교각들은 어떻게 개보수
할 것인지 한마디 언급도 없다. 그 다리들이 최악의 경우 물속으로 가라
앉은 다음 새로운 다리를 놓으면서 시민들의 세금을 축낼 꿍꿍이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눈에 드러나 보이는 다리의 건설에도 그 모양인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청계천에 지하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시당국의 저돌성에 당혹감이 일지
않을수 없다. 교통난 해소라는 목적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지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