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론은 너무 옆길로 빠져 비생산적인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새해를
열면서 올해는 UR라는 세계경제환경변화에 대처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바쁜 한해가 된다는 방향으로 민이나 관을 통틀어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결의 또한 대단해 김영삼대통령은 즉각 해외로 눈을 돌려 일.중을 순방하고
돌아왔다.

대통령이 방문외교에 나선다고 해서 일시에 막힌데가 뚫려 만사가
순조로우리라고 기대할 사람은 없겠지만,최소한 하나의 돌파구 구실을
해낼수 있다는데는 큰 이의가 없다. 출발직전 발생한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이란 돌출적 악재가 두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에 약점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외교의 소득이 적었다고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대일,대중 경제협력문제에선 하기에 따라 큰 결실을 기할수 있는
씨앗이 심어졌다. 일본과의 기술협력 문제, 중국과의 각종 협정체결 약속은
3국의 후속협상이 차질없이 추진되어야 하고 업계로서도 정상간에 이루어진
협력무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계제라 할것이다. 그러한 일들은 모처럼
부활되는 경제의 활력을 북돋울 호재일 뿐더러 길게는 세계화 속에서의
국가경쟁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수있다.

그럼에도 정상외교의 내용을 정리하고 평가하며 최대결실을 맺기위한
생산적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툭 불거진 일개 대사발언에 대한 시비가
비롯되더니, UR이행계획서 제출을 둘러싼 잡음, 신개통전철의 잇따른 고장,
시.도지사의 사전선거운동시비, 불교계의 만성질환재발에 이르는 "잡사"들
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날을 지새고 국민은 혼돈에 빠져 방향을 잃고 있다.

물론 우리가 이들 사건들을 대단치 않게 보자거나, 또는 이같은 보도들이
열을 뿜는다고 해서 국사가 멈추고 경제가 올스톱된다고 강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살피건대 사건 하나하나가 결코 단순한 돌발사건이 아니라
모두 깊은 뿌리를 갖는 정치 사회 근본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정부나 관련 당사자, 언론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각 사건에서
표출된 빙산의 뜬 부분보다는 그밑에 숨겨진 근본적 원인, 병인을 찾아
내는데 힘쓰고 연후에 치유책을 강구해야 한다.

전철사고만 해도 근본으로는 군사정권아래 오랫동안 뿌리내린 의전-외형-
형식중시 관행의 지속이 문제였다고 본다. 더구나 요즘 마치 태풍의 눈처럼
최대쟁점이 되고 있는 조계종분규는 그 뿌리가 50년대에 시작된 정.교유착
으로 소급한다. 이번 분규에서 상무대이전과 연관된 거액의 정치자금화
의혹도 그런 가지에 열린 과실에 벗어나지 않는다.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풀려고 할수록 이런 식으로 달려들어서는 해결이 안된다.
한가닥 종교의 종권분쟁을 마치 온 국민이 열일제치고 달려들어야 할
최우선의 국사인듯 난리를 치고 있다면, 오히려 태풍일과후 고요처럼 곧
잊어버리고 다시 전혀 다른 소재가 떠올라 여론의 화살은 그리로 빗겨
나간다. 그것이 우리의 산 경험이다.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이 시점에서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쟁력 제고,
정치양성화, 국방 사회 안정을 위해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계획을 세워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