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일철강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로 일본의 철강수요가
계속 줄고있는 가운데 신일본제철이 이끄는 고로와 동경제철로 대표되는
전기로업체간 가격경쟁으로 열연코일 냉연코일 H빔 쉬트파일등 주요제품의
가격이 크게 하락,한국산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엔고라는 호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일
수출은 지난1~2월중 2억7백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8.8% 감소했으며 대일
철강무역수지도 지난해 같은기간의 5천8백만달러 흑자에서 올해에는 4천9백
만 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게다가 일본내 고로와 전기로업체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있어 이같은 수출감소세는 적어도 3.4분기
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업체들은 국내 철강수요 증가로 수출물량을 줄여야하는 상황이긴
하나 수출채산성이 높았던 점을 감안, 올해 대일수출은 15억달러로 지난해
보다 소폭 늘린다는 목표로 세워놓고 있는데 이같은 수출목표 달성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무공동경무역관 및 종합상사 현지사무소에 따르면 일본고로와 전기로
업체들간 가격경쟁으로 지난해 t당 5만엔하던 일업체들의 자국내 열연코일
판매가격이 이달들어서는 3만6천~3만7천엔선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포항제철의 대일수출가격(FOB+관세+상사마진+하역비등 부대비용) 3만
7천~3만8천엔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종합상사관계자들은 현상태에서는 열연코일의 대일수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포철관계자도 일본내 수입선들이
아직 물량을 줄이지는 않고 있으나 가격인하 압력이 거세 거래선관리를
위해서는 수출가격의 인하가 불가피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냉연강판의 경우엔 가격이 역전되지는 않았으나 일업체들의 자국내 공급
가격인하로 가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일업체들은 지난해말 t당 6만엔을
웃돌던 냉연코일의 자국내 판매 가격을 5만4천엔으로까지 인하, 한국산
제품과의 가격차를 대폭 축소시켰다. 한국산 냉연코일의 대일수출가격은
FOB기준으로 t당 4백50달러선. 관세 하역비 상사마진등을 포함하면 5백10
달러(약5만3천엔)선으로 일업체들의 판매가격과 불과 1천엔정도밖에 차이가
나지않아 수출가격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H형강과 쉬트파일은 더욱 심각하다. H형강은 신일본제철과 동경제철이
가격경쟁을 벌이고있는 대표적 품목. 그런만큼 일본내 판매가격의
인하폭도 커 지금은 한국업체들의 수출가격 3만엔(2백95달러)보다 훨씬
낮은 당 2만6천엔(2백50달러)선에 출고되고있다. 일업체들의 출고가격은
원가에도 미치지못하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이같은 가격격차로인해
H형강의 대일수출은 거의 끊긴 상태이며 그 여파는 동남아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있다고 동경주재 종합상사관계자들은 밝혔다.

강원산업이 수출하는 쉬트파일도 동경제철의 저가공세로 대일수출이 위축
되고있는 품목이다. 쉬트파일은 전통적인 고로제품으로 신일본제철등 일본
내 고로사들은 그동안 t당 8만~9만엔선에서 쉬트파일을 공급해왔고 강원
산업은 t당 7만엔으로 수출했었다. 그러나 전기로업체인 동경제철이 쉬트
파일 시장에 뛰어들어 t당 5만5천엔에 판매하겠다고 선언, 일본수요가들이
자국내 고로사는 물론 강원산업에 대해서는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주문을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일철강수출 여건의 악화와 관련, 현대저팬의 송주현 철강부장은
"일본의 경기위축과 가격인하경쟁이 겹쳐 대일철강수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며 그여파는 동남아시장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UR협상타결등으로 철강제품의 관세가 점차 낮아지고 종국에는 무세화될
것이기 때문에 일업체들과 일시장뿐만아니라 동남아시장에서도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야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유니온상사의 박승관 사장은 한발 나아가 "무세화가 되면 규슈지방에서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경우 동경으로 수송해 판매하는 것보다 부산으로
수출하는게 더 유리, 일제품의 대한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