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코는 그날 집안의 아녀자들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시누이가
둘이었고,딸이 다섯이었으며,그밖에 일가친척이 열두사람이나 있었다.

그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설령 속으로는 입성을
하거나 피란을 갔으면 싶었더라도 입밖에 내어 그 말을 할수가 없었다.
이름있는 무사 가문의 법도란 서슬이 퍼런 그런 것이어서,일단 윗사람이
정한 일이면 아랫사람들은 싫어도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일가친척 가운데는 더러 그렇게 마지못해 그 결정에 따르기로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거의 모두가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며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가장의 명예를 위해서,그리고 가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기꺼이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이를 악물며 결심을 하는 것이었다.

지에코는 딸들 다섯을 한꺼번에 자기 방에 불러 앉혔었다. 장녀는 열여섯
살이었고,차녀는 열세살,삼녀는 아홉살,그리고 사녀는 네살이었으며,오녀는
두살이었다.

두살짜리는 자기가 안고 앉아서 그녀는, "너희들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지금 우리 아이즈번은."이렇게 말을 꺼내어 애들 할머니와
합의가 된 자결에 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말을 듣고 열여섯살짜리와 열세살짜리는 놀라 눈이 동그레지고 말았다.
아홉살짜리도 약간 긴장된 표정이기는 했으나,아직 엄마가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 모양이었다.

"엄마,우리 셋푸쿠하는 거야?" 네살짜리가 손가락 한개를 입에 물고 빤히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응" 지에코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야,신난다!"소리를 지르며
네살짜리는 방글방글 웃었다.

그러자 엄마의 무릎에 앉은 두살짜리도 덩달아, "하하하."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지에코의 두 눈에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애써 그 눈물
을 가라앉혀 버리고는 첫째와 둘째만을 향해서, "기꺼이 할머니와 엄마를
따르는 거지?"하고 다짐을 받듯 물었다.

"예,따르겠어요"
"나도요"

첫째와 둘째가 대답하자,아홉살짜리는, "엄마,나도 따르는 거지?"하고
오히려 반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