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스물한사람의 아녀자들이 모두 입성을 안하고 자결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로는 집안이 온통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별안간 벙어리가 된 것처럼 아무도 입을 떼려고 들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좀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일이 없었다.

리쓰코는 불단 앞에 앉아서 염주를 헤아리며 염불을 외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고, 지에코는 틈만 있으면 붓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
이었다.

캉-캉-캉- 쓰루가성의 종소리가 울린 그날 오후, 마침내 스물한사람의
아녀자들은 내실과 불단이 있는 방,그리고 그 옆의 넓은 응접실에 나뉘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실에는 지에코와 다섯 딸이 자리를 잡았고,불단이
있는 방에는 리쓰코와 그녀의 두 딸,그리고 몇 사람의 일가가,넓은 응접실
에는 그밖의 모든 친척되는 아녀자들이 들어가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어린
애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손에 손에 회도 아니면 단검을 쥐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대포소리가 온통 시가지를 진동시키고 있었고, 총소리도 요란
하게 들려오고 있었으며, 이따금 백병전이라도 벌어지는 듯 함성이 충천
하기도 했다.

맨 먼저 비명이 울린 것은 내실에서였다. 어린애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
였다. 지에코가 우선 두살짜리부터 단검으로 찌른 것이었다. 이어서 또
어린 것의 비명이 들렸다. 그녀는 그 피묻은 칼로 이번에는 네살짜리를
해치운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세 딸들의 놀라 질겁을 하는 소리가 온통
내실을 뒤흔들었다.

마치 내실의 그 비명들을 신호로 삼듯 불단이 있는 방에서도,응접실에서도
단말마의 비명이 연달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악-" "윽-" "키엑-" "끄윽-"온통 집안이 여자들의 찢겨나가는 듯한 피맺힌
비명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회도로 목을 찌르기도 했고, 칼끝을 물고 엎어지기도 했으며, 젖가슴에
단검을 박아 고꾸라지기도 했다. 몇몇은 칼날로 손목의 동맥을 싹뚝 끊어
피를 철철 흘리며 목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고통을 못이겨, "가이샤쿠! 가이샤쿠를 부탁해요- 어서요-"하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여자도 있었다.

생지옥과도 같은 목불인견의 처참한 광경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스물한사람의 아녀자들의 시체가 널려있는 집안으로
총을 쏘며 들이닥치는 한무리의 사무라이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