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정 전 <서울대 교수.환경경제학> **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환경정책목표는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조화"
이다. 정부는 틈만나면 이점을 강조해왔다. 경제성장은 보통 국민총생산
(GNP)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비교적 예측가능한 목표이다. 그러나 환경
보전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과연 어떻게 해야하고 또 어느 정도가
되어야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키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은 그 목표부터가 매우 흐리멍텅하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이 잘돼나갈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정책목표
불투명 사실 GNP는 한나라의 경제적 생산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경제적인 측면이 사회복지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GNP가 사회복지를 어느정도 반영해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GNP는 처음에는 전시에 국가의 물자동원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
에서 작성되었다고 한다. 그런 용도로 시작된 지표가 국민복지수준이나
선.후진국 비교의 잣대로 확대 적용된 것은 GNP라는 지표가 우리 현실의
많은 부분을 생략한 극히 추상적인 지표라는 점을 망각한 소치이다. GNP에
대하여 제기되는 비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GNP가 사회
복지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지표라는 것이요,또 다른 하나는 GNP가 원래
의도한 소득도 제대로나타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두번째 비판은 소위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에1억2,000만원을 예금해 놓은 사람은 이자율이 10%라고 할때 매달
100만원씩만 꺼내 쓰면 원금을 축내지 않으니까 이 소득은 지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100만원보다 더 많이 꺼내 쓰면 언젠가는 밑천도 날아가고
소득마저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100만원이상의 소득은 지속
가능성을 갖지 못한 소득이다. 그래서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힉스교수는
참된 소득이란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지속가능성이란 요건에 의하면 GNP는 낙제감이다. 물론 GNP계산과정
에서 밑천의 소모를 전혀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고정자본에 대한 감가
상각이 고려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인류가 가진 밑천이라는 것이 고정
자본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석유 석탄 철등 각종 지하자원들과
동.식물도 우리의 귀중한 밑천이며 좀 더 범위를 넓혀 보면 공기 물 경관등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 자체도 우리 인류의 밑천이라면 밑천이다. GN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런 여러 종류의 밑천들이 소모되고 오염되는데, 그
정도가 이제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지경이라고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
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의 오염으로 인한
우리의 밑천 감소는 국민생산이나 국민소득의 계산에는 고려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세계 어느 나라치고 자원고갈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GNP추계에 공식적으로 고려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면서도 웬만한
나라치고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없으니 이것이야 말로 아이로니
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힉스국민소득의 개념은 유엔환경개발회의의 리우지구환경선언이 천명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혹은 ESSD의 개념과 일맥상통한
개념이다. 이제 막 범지구적 대외명분으로 굳어지려는 지속가능개발의
개념은 이제까지 세계 각 나라가 최고의 경제정책지표로 살아온 GNP의 일대
수정내지는 새로운 지표의 개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그래서 최근에는
소위 녹색GNP에 대한 논의가 무척 많아지고 있다. 기존의 GNP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새로운 지표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보면 두가지 다른 방향
으로 진전되어 왔다.

그 하나는 사회복지의 측면에 큰 비중을 두고 새로운 경제복지지표를 개발
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일단의 노력이다. 대체로 보아 이 방면의 노력은
기존의 국민회계체계의 틀을 탈피하고 사회복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중심
으로 재편된 새로운 지표의 개발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다른 부류의 노력으로는 사회복지를 잘 측정하려 하기보다는 좀더
정확한 소득의 개념에 의거해서 소득을 보다 더 잘 계측해보려는 쪽으로
수행되어온 일단의 노력이다.

이 방면의 노력은 대체로 보면 소득의 복지적 측면보다는 소득의 지속
가능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며 또한 기존의 국민회계체계의 골격과
논리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보완해 나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유엔과
세계은행이 중심이 되어 개발하고 있는 녹색GNP가 바로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노력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국민복지와 괴리 그러면 우리나라의 녹색GNP는 어느 정도일까.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한 연구가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녹색GNP는 70년대 초반을 제외하면 대체로 GNP의 60~70%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GNP가 실제 국민복지를 적게는 25%,많게는 60%
정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외국의 연구결과와 흡사하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녹색 GNP와 GNP사이의 괴리가 해가 지날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대체로 보아 70년대 초반에는 녹색GNP가 GNP의 85% 안팎이었으나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까지는 이 비율이 75% 안팎으로 떨어졌고 8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65% 안팎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결과도 외국의 연구결과와
흡사하다. 이와 같이 녹색GNP와 GNP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물론
국민 복지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GNP에는 포함되지 않기때문인데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환경오염에 관련된 요소들이 국민복지를 감소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오염이 주범 성장률 면에서도 녹색GNP와 GNP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71년부터 90년까지 1인당 GNP의 증가율은 연평군 8%이였음에 비해서
1인당 녹색GNP의 증가율은 연평균 5.7%에 그쳤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GNP와 녹색GNP는 같은 방향으로 변동하지만 부분적으로 보면 1인당 녹색
GNP의 증가율이 GNP증가율보다 높은 해도 서너번 있었고 또 어떤 해에는
1인당 GNP는 증가하지만 녹색GNP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경제성장과 경제복지가 단순한 비례
관계를 가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을 알수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자료구득의 어려움 탓으로 그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면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GNP가 사회복지 지표
로서 많은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진정한 국민복지를 고려한 지표, 그리고
이에 입각한 정책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 이 방면의 연구가 많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