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노부유키(중도신행)가 이끄는 관군의 한 선봉부대였다.

"집이 으리으리한걸 보니 가로의 저택임에 틀림없어"

"집안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모두 입성을 한 모양인데..."

사무라이들은 총질을 멈추고 대검을 빼들고서 떠들어대며 저택의 복도를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이크, 이게 뭐야?"

맨 앞장서 가던 사무라이가 깜짝 놀라며 주춤 멈추어섰다. 뒤따르던
사무라이들도,

"야- 이거 이거..."

"으으- 끔찍해"

"맙소사. 맙소사..."

모두 눈들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나카지마가 부하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호- 굉장하군"

딱 벌어진 입이 쉬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죽어 나둥그러져 있는 여자들의 시체가 얼른 보기에 마치 마귀들 같았다.
칠흑같은 머리들을 풀어헤친데다가 온몸이 피에 휘감겨 있는데, 얼굴들은
하나같이 모두가 하얗질 않은가. 죽기 전에 화장을 한 것이었다. 여기
저기 거울이 세워져 있는 것이 그앞에 앉아서 얼굴에 분을 뽀얗게 바르고,
눈썹을 새카맣게 그리고 입술은 새빨갛게 칠했던 것이다. 여자로서의
마지막 화장이어서 그런지 그 색깔들이 유난히 짙었다.

그리고 향불을 피우고서 스스로 연약한 목숨줄기를 비수로 끊어 한많은
이승을 하직했던 것이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어서 집안은 어둡스레했다. 그래서 하얀 얼굴들의
시체는 더욱 괴기스럽고, 으스스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디선지,

"으음-"

신음소리가 들렸다.

나카지마는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서는 느낌이었다.

"누구야? 살아있나?"

"아아-"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였다. 내실 쪽이었다.

나카지마는 대검을 쥔 손에 불끈 힘을 주며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방안에 크고 작은 여섯 개의 시체가 늘어져 있는데, 그가운데 하나가
꿈틀거리면서 멀뚱히 눈을 뜨는 것이 아닌가. 귀기가 서린 듯한 희멀건
눈이었다.

등줄기에 싸늘한 소름이 좍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나카지마는 버르르
몸을 떨었다.

열여섯살 먹은 큰딸 다에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