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선정
저자 : 임희섭

지난 한세기동안 우리 민족처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격하고도 고통스런
사회변동을 겪은 민족은 이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구한말의 혼란스럽고도 불확실한 사회변화, 20세기에 들어선 후 한세대가
넘는 기간의 일제식민지시대, 그리고 해방과 함께 온 남북분단과 동족상잔,
전쟁의 상흔을 안은채 한 세대전에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또하나의 급격한 사회변동. 이것들은 지난 1세기의 역사가 문자그대로 급격
한 사회변동과 그것에 따른 지속적인 충격의 역사임을 가리킨다 해도 과언
이 아니다.

이와같은 사회변동의 충격을 겪으며 살아온 우리 국민들의 의식구조는
오늘날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21세기를 앞둔채 급격한
세계정세의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요즘의
시기에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1세기전 우리 민족은 20세기를 앞두고 급변하는 세계사의 흐름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민족적 역량의 결집에 실패했고 그것은 끝내 일제식민지
로의 전락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초래했음을 우리들은 잊을 수 없기 때문
이다.

이른바 무한경쟁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국민들은 오늘날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바로 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하는 독자들은 "한국의 사회변동과
가치관"을 한번쯤 읽어봄직 하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를 멀리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근대화과정에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사회변동의 과정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나 의식구조
의 측면에서 어떠한 양상의 긴장과 갈등을 불러 일으켰는지를 때로는
경험적인 자료에 근거해서, 또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설득력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예컨대 저자는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그리고 우리 국민이 안고있는 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경제성장과 기대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
날로 심화되어온 사회적 불평등과 이에따른 못가진 자들의 소외문제,
급속한 사회변동과 문화변동에 따른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의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무비판적으로 외래문화를 수용한 결과 발생한
문화정체성의 위기등을 손꼽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곧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바탕이 되고 있는 공동체의식의 실종과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
라는 병폐를 낳고 있다는 사실에 유념하면서, 이제 한번쯤 우리 모두가
자아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할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이같은 자아성찰이 가장 강하게 요청되는 집단이 이 사회의
지도층을 이루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필자도
머리숙여 공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혀둔다.

(나남간)

김동일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