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오픈 최종일. 연장 첫홀인 16번홀로 가기위해 차에 타고 있는
김종덕에게 물었다. "연장에서 어떻게 칠꺼지. 자넨 거리가 나기 때문에
16번홀(파5.485m)에서 드라이버를 잡으면 페어웨이 한 가운데 벙커로 들어
가지 않을까" "벙커로 들어가도 할수 없어요. 상대방(미국의 채터, 캐나다
의 루트리지)이 모두 투온 버디를 할수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운에 맡기고
드라이버를 잡아야지요" 남서울CC 16번홀은 내리막구조로 아마들도 종종
투온을 노리는곳. 그러나 장타들의 티샷 낙하지점에는 페어웨이 한 가운데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벙커직전까지 보내는게 최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의 드라이버샷은 "잘맞아서" 벙커행이 됐다. 갤러리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지를수 밖에. 그러나 김은 그페어웨이 벙커샷을 그린 에지
까지 쳐냈고 핀까지 10m거리에서 홀컵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그 모습을
본 미국의 채터는 불과 1.5m의 이글퍼팅을 실패했다. 채터의 입장에서 보면
그 미스퍼팅이 4일간의 골프 전부를 날린 셈이다.

<>.이에앞서 4라운드 14번홀(파5.441m). 대만의 사옥수와 함께 4언더파로
공동선두를 달리던 최광수는 투온에 성공, 6m내리막의 이글퍼트를 하게
됐다. 그러나 최의 첫퍼트는 1m가량 짧았고 그 버디퍼트마져 홀컵을 맞고
돌아 나왔다. 이글찬스가 파에 그친것. 최가 버디라도 잡았으면 분명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 10일 매스터즈 최종라운드 2번홀(파5.555야드). 내리막인 이곳
역시 투온을 노릴만 한 버디홀. 그러나 그레그노먼은 3온후 첫퍼트가 70cm
정도 짧았고 그 70cm파퍼트도 홀컵을 튕겼다. 버디를 잡아야 할 홀에서의
3퍼트보기. 노먼은 여기서 감이 사라지며 일요일추격전을 시작조차 못했다.

<>.이상의 세가지 스토리는 승부세계의 속성을 일부나마 드러낸다.

골프경기에서 우승과 2등은 하늘과 땅차이다. 그 어마어마한 차이는 사실
단 하나의 샷, 그것도 홀컵을 1cm스치는 식의 미스퍼팅으로 좌우된다. 퍼팅
하나의 성패로 1타승부가 난다는 뜻이 아니라 단 한번의 미스퍼팅때문에
라운드 전체의 페이스가 엄청나게 달라질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장첫홀에서
채터의 1.5m이글퍼팅이 실패하는 순간 김종덕의 우승은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바로 그런면에서 "우승은 만드는게 아니라 주어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같은 "운의 각본"은 언제 어느대회에서나 존재한다. "영광의 우승과
회한의 2위"는 단 1mm오차에 불과하다.

그 1mm를 실력이라고 말 하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그무엇이 골프에는 있다.

1mm의 오차 - 거기에 골프의 모든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김흥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