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율정책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엔고를 용인하기는
하지만 엔고를 그다지 강하게 밀어붙이지는 않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자율적인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엔고가 진행되는 것을 방관, 일정한
범위내에서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개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일본과 미국의 각각 다른 경제사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양국의 경제여건을 감안할때 무리한 엔고정책은 미일양국 모두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일본경제가 전후최악의 침체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회복, 오히려 과열경기를 우려할 정도로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인위적인 엔고정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상태의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엔고가 아니라 달러강세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주식 채권등 자본시장이 일본보다는 미국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엔고정책을 인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85년 플라자합의이후의 엔고정책은 일본경제가 괜찮았고 주식시장
등도 활황을 보인 상태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현재의 일본경제와
주식시장은 정반대상황에 처해 있다.

엔고를 통한 대일무역적자감축노력도 엔고로 일본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계속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든다면 일본경제에 무차별적인 타격을 가하는
엔고정책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미국의 지난해 무역적자는 1천1백60억달러로 이중 절반가량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포괄경제협상에서 나타났듯이 일본의 전체적인 무역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5~2%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현재 GDP의 3%수준인
무역흑자를 이수준으로 줄이면 일본의 무역흑자는 대체로 현재의 1천3백억
달러수준에서 6백억~8백억달러로 줄어든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이 3~4%를 유지하면서 적정한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1백엔수준이 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이 1년전 대일무역적자감축을 위해서는 달러당
1백엔에서 10%의 상하폭을 두고 목표환율대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일본경제가 3~3.5%성장을 보일 경우를 염두에 두고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거의 제로성장을 보임에 따라 환율정책만으로 대일무역
적자를 감축시키기에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 현재 일본의 경제상태에서
대일무역적자만을 87년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면 90엔정도가 돼야 하나
이렇게 되면 일본경제가 다시 침체되고 또다시 엔고를 유도해야 하는
악순환이 전개되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재정정책을 통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요구하고
산업별 목표수입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기회복과 무역장벽제거가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일무역적자감축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환율정책은 현재 달러당 1백엔선에서 당분간 별 변동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경기가 되살아났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무역흑자가 지속될 경우에는 다시 엔고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최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