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증시의 혼란을 이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으로 행동주의금융학 (behavioural finance)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정통경제학이론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읽을수 있는 수단이 없는 점을
감안, 심리학적 접근법을 수용한 새로운 이론으로 정통경제학자들로부터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행동주의금융학은 심리학의 실험방법과 이론을 활용, 시장의 불합리성을
설명하려고 한다. 특히 프린스턴대의 다니엘 칸만, 스탠포드대의 아모스
트베르스키등 유명한 두 심리학자의 이론에 크게 의존해 사람들이 왜
대세에 순응하려고 하는지에 관해 몇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코넬대경제학과의 리처드 탈러교수는 그 한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최근의
정보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장기적인 평균치 또는 통계자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들은 유행을 따르면서도 스스로는 신중한 선택을 했다고 믿고
싶어한다. 다시 말하면 조만간 곤두박질하고 말 주식을 사놓고는 다른
민감한 투자가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제너럴 모터스(GM)와 같은 우량주들이 최근의 비참한 영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액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를 잘
보여 준다.

또 과대평가된 인기종목을 팔아 이득을 챙긴 소로와 인기없는 주식을
오래동안 보유해서 막대한 돈을 번 버크셔 해서웨이사의 워렌 부페트회장
과 같이 추세를 거꾸로 걷는 투자가들의 투자행태를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행동주의금융학은 개별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인지 회의적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두가지의 유용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폐쇄형 투자신탁(closed-end mutual funds)에 대한 할인이냐 할증
이냐의 평가다.

이것은 개별투자자들이 사는 투신가격과 투신에 내재된 자산의 순가치의
차이로 판단한다. 투자가들이 더많이 지불하려고 할수록 자신만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넬대경제학과의 제이 리터교수가 말하는 두번째 지표는 공모주와 주주
할당발행주의 양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신주의 수익률이 증시평균보다
낮다.

그런데도 신주발행량이 많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신주에 과대지불한다는
얘기다.

93년말 현재 미국증시를 폐쇄형 투자신탁가격이나 신주발행량이라는 두
가지 지표로 보면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거품이냐 붕괴냐를 판단하는 지표로 행동주의금융학은 장기적인 시장
행태를 주목한다. 칸만과 트베르스키의 예상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은 예상되는 이익보다는
예상되는 손해를 두배정도 더 감안한다.

전통적인 금융학자들은 이익과 손해라는 위험을 같은 크기로 계산하는데
예상이론은 사람들이 손해쪽에 더 신경을 쓴다는 주장이다.

또 사람들은 문제가 어떻게 생겨났느냐에 따라 문제에 대한 반응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가령 각각 10달러와 25달러에 산 두 주식의 현재가치가
똑같이 20달러라면 투자자는 두 주식을 모두 팔아 이익을 남길수 있는데도
계속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25달러짜리 주식을 팔지 않는다.

그 주식을 산값만 생각하고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주의금융학의 심리학적인 접근방법이 노벨경제학상수상자인
빌 샤프 스탠퍼드대교수같은 정통경제학자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주류경제학으로 급속히 편입되고 있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