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행정규제완화는 새정부가 지난 1년여동안 경제개혁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한 정책이었으나 피부로 느낄 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는게 기업들의
반응이다. 법률이나 규정상의 각종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됐음에도 규제의
관행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사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한 규제완화작업은 규제의 근거가 되는
법령을 개폐하는데 중점이 두어졌다. 5차에 걸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윈회를
통해 의결한 규제완화건수가 무려 1천93건에 이른다는게 이를 반영한다.

이처럼 대대적인 규제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우선 규제완화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데서 찾을수
있다. 규제의 근원이 되는 법령이 개정되거나 폐지되더라도 행정 일선에
까지 도달하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실제로 정부가 고치겠다고 발표한 각종 법령중에는 아직도 국회에 계류
되어 있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1천93건의 규제완화과제 가운데 23%인
2백44건은 여전히 "규제상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규제완화작업이 우선 손쉬운 과제부터 이루어졌다는 것도
규제완화가 미흡하게된 요인이다. 관련 부처나 이익집단의 반발이 큰
사안은 일단 뒤로 미루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작업이 건수위주로 이루어
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역행한 경우도 있다. 물가가 오르자 가격규제 완화방침
을 뒤집은게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요금의 사전협의제를 폐지한다고 해놓고
물가가 불안해지자 다시 물가관리를 한것이다.

규제관련 법령이 바뀌었는데도 기업들이 규제완화가 미흡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또다른 이유는 일선 공무원들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아서이다.
규제의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한 실질적인 규제완화
는 기대하기 힘들게 돼있는 것이다.

각 정부기관의 이기주의도 규제완화를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이익집단의
이기주의적인 주장은 말할 나위도 없다. 탁주의 지역공급제한을 없애려는
정책이 각 지역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에 의해 좌절된게 좋은 예다.

이같은 규제완화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선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기구란 계속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속성이 있는 만큼 정부내에 규제완화를 전담하는 조직을
두는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또한 규제완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피부에 와닿기 위해선
일선공무원들의 자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중앙공무원과의 순환근무제도를 도입하는등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규제를 만들어내는 정부 조직자체를 축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규제완화에 따라 더이상 존재이유가 없는 조직은 과감히
정리하는 전반적인 조직개편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조직
은 또다시 규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