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경매는 2,500여년전 바빌로니아에서 이루어
졌다. 해마다 각 마을에서는 혼기가 된 처녀들을 모두 모아놓고 그 주위
에 미혼 남자들을 둘러서게 한 뒤 한사람의 경매인이 처녀들을 한명씩
일으켜 세워 경매에 부쳤던 것이다.

그 이후 혼인방식은 아주 바뀌어버렸지만 경매방식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늘날에도 경매는 일정한 경매장소에 다수인을 불러 모아 놓고
최고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물건이 돌아가는 판매방식이 그대로 이어
지고 있다.

미술품 골동품 농수산물 증권 상품등 기준가격이 없는 물품의 값을 결정
할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간편한 방식이 경매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거래가격의 변동폭이 비교적 작은 다른 물품
들과는 달리 내정가보다 몇십배 내지는 몇백배 높게 매매되는 때가 더러
있다.

세상에서 유일할수 밖에 없는 예술품의 속성이 어떤 것보다 경매의 특성
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경매된 그림은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이다. 1990년5월 뉴욕의 크리스티경매에서 8,250만달러(약660억원)에
일본의 다이쇼와(대소화)제지회사 명예회장인 사이토 료헤이에게 팔렸다.

엄청난 고가를 지불해 세계를 놀라게한 사이토는 이 작품을 "관에 넣어
저승에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돈벼락을 맞은 일본인의
괴기한 발상"이라는 유럽언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최고가의 경매조각작품은 네덜란드 작가인 아드리엔 데 브리에스의
"춤추는 목신"이다. 1989년12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 682만파운드(약83억
2,000만원)의 값으로 딜러인 시릴 험프리에게 넘어갔다.

브라이튼이라는 부부가 1950년대에 100파운드에 사서 정원에 장식용으로
놓아 두었던 것이다. 엄청난 횡재가 아닐수 없었다.

도자기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것은 92년12월 크리스티경매에서 280만
달러(약22억4,000만원)에 팔린 중국 명대의 항아리와 덮개다.

그런데 지난4월27일 크리스티경매에서 308만달러(약24억6,000만원)로
낙찰된 조선조 초기(15세기)의 청화백자 보상당초문접시가 그 기록을
깨뜨렸다.

91년10월 고려시대의 불화인 "수월관음도"가 176만달러(약14억원)에
경매된 이후 한국예술품이 세계미술시장에서 그 위치를 더욱 굳게 다진
것이라 할수 있다. 그 거래 경로가 어떻든 한민족의 우수한 예술혼을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