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진로위스키가 "임페리얼클래식"이라는 프리미엄급위스키를 5월부터
시판한다면서 전면광고를 각 매체에 실었다.

이에 뒤질세라 OB씨그램이 "퀸 앤"이라는 프리미엄급위스키를 시판한다고
발표했다. OB씨그램측은 한술 더 떠서 신문의 1면 중간 맨뒷면에 걸쳐 크기
를 달리해 한꺼번에 광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른바 티저(TEASER)광고를
시도했다. 프리미엄급위스키란 원액숙성기간이 12년이상된 위스키를 말한다.
패스포트 썸싱 VIP 등 국산특급위스키들은 그보다는 숙성기간이 짧은 원액이
섞여 있다.

진로위스키와 OB씨그램의 프리미엄위스키공방은 국내양주시장의 싸움이
프리미엄급으로 옮겨붙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양주시장의 각축은 지난84년까지는 원액함량이 20-24%정도인 국산
위스키들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OB씨그램이 블랙스톤을, 베리나인이
베리나인골드를, 진로가 로얄로 경쟁했으나 84년7월이후 스탠더드급위스키
전쟁이 시작된다. OB씨그램이 패스포트를, 베리나인이 베리나인골드킹을,
진로가 VIP를 내놓은 것이 이무렵이다. 이 전쟁의 와중에서 베리나인이
OB씨그램에게 인수된다. 그러면서 OB씨그램계열의 패스포트와 썸싱스페셜,
진로의 VIP등 3개브랜드가 시장을 3분해왔다.

그러나 스탠더드급 위스키의 10년전쟁은 OB씨그램의 승리로 끝나가는
느낌이다. 패스포트와 썸싱스페셜을 합친 OB씨그램의 셰어는 지난해
74.7%로 올라갔고 VIP는 25.3%로 줄어들었다.

올들어서는 지난3월말기준 셰어가 OB씨그램이 77.5%로 커진 반면 진로
위스키는 22.5%로 축소됐다. OB씨그램측에서는 올해 진로위스키의 셰어가
10%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진로
위스키의 시장점유율이 15%정도로 졸아붙었다.

종래 3개 브랜드가 각각 30% 안팎의 점유율로 사이좋게 나눠먹었으나
진로의 맥주시장진출이 확정된 후인 재작년무렵부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VIP가 시장유지에 실패한 것은 광고판촉에
투자하는 비용이 OB씨그램에 비해 턱없이 적은데 기인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VIP는 광고비지출을 억제하는 대신 진로소주의
상품력에 의존, 양주도 소주에 끼워 팔았으며 이것이 서서히 VIP의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VIP는 덤핑시장에서 출고가보다 상자당 몇만원이나 밑도는
덤핑주류로 전락, 패스포트와 썸싱스페셜에 대해 대응력을 잃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진로가 임페리엄클래식을 내놓은 것은 스탠더드급 위스키시장에서
패배한 것을 새로운 시장인 프리미엄급 위스키시장에서 만회해 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양주소비도 늘고 있어 비록 소비자
가격이 스탠더드급보다 1만원 정도 높아 7백ml짜리 1병가격이 3만3천원선이
되더라도 해볼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로위스키는 2일부터 임페리얼클래식의 시판에 들어갔고 OB씨그램은
이달중순 퀸 앤을 내놓을 예정인데 새로운 시장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공방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채자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