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42년만의 자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치러진 사상초유의 다인종총선이 끝나고 개표결과,
자신의 당선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민족회의
(ANC)의장이 외친 일성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침략으로 시작된 백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흑인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가건설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오는 10일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에 취임하는 만델라의장의 꿈은
"다수인 흑인들의 생활수준을 백인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인종분리정책
(아파트헤이드)의 결과 심각하게 벌어진 흑백간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인종
분규속에 뒷걸음질해 온 남아공경제의 재건을 선언한 것이다.

ANC의 경제정책은 <>기본욕구해결 <>인적자원개발 <>경제건설 <>국가사회
민주화를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 정책의 기조는 만델라 자신이 공언해
온대로 정부간섭주의보다는 시장경제원리에 더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동안 소수 백인이 장악해 온 광산업이나 농업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나설 방침이다. ANC 스스로 채광권을 국가소유라고 천명해
왔다.

흑인들에게 토지소유권을 되돌려주기 위한 새흑인정부의 대대적인 토지
개혁작업도 예상된다. 이를 위해 토지청구법원을 설립하고 5년내에 30%의
농지를 재분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정부가 사회주의적인 혁명을 택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같다.

오히려 남아프리카공화국식의 뉴딜정책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 만델라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낙후된 흑인지역의 사회
간접자본을 건설하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0만호, 앞으로 5년간 최소한 1백만호의 국민주택건설과 상하수도
공사, 전력공급등 서민층의 주택문제해결대책등이 이에 포함된다. 연간
정부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총1백10억달러가 이를 위해 투입될 예정
이다.

불평등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대규모 장기도시계획
등을 통해 지역간균등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흑인들의 중소기업창업과
영세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의무교육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흑인들에
대한 교육, 특히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인구는 4천만명으로 남부아프리카지역의 최대시장이자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80%, 총수입액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1인당 국민소득도 2천6백70달러로 주변국가들에 비해 7배나
많다. 남아공은 또 전통적으로 백금 금 다이아몬드 크롬등 희귀금속의 세계
최대공급국이자 석면 석탄 철강 구리 알루미늄등의 자원보고다.

남아공은 이러한 매력을 등에 업고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남부아프리카
시장의 거점으로써 미국 유럽등 선진국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만델라도
경제를 재건하는데 외국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인종차별정책의 철폐와 그에 따른 경제제재조치해제가 이뤄진 지난 91년
이후 선진국기업들의 발빠른 남아공진출움직임이 낙관적인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AT&T,IBM등의 미국기업과 볼보,엘렉트로룩스,에릭슨등 스웨덴기업등이
재진출했고 나이키 펩시 선마이크로시스팀등의 미국기업과 지멘스 폴크스
바겐 보쉬등 독일기업들이 흑인업체들과 기술합작을 통해 현지진출을 추진
하고 있다.

남아공에 대한 태도변화는 정부차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남아공수출품에 대한 일반특혜관세(GSP)적용을 결정했고 미국정부도
원조를 두배로 늘리기로 했다. 세계은행도 28년만에 남아공에 대한 차관
제공을 재개키로 했다.

실제로 남아공경제는 이같은 분위기호전에 따라 지난해에는 1%의 성장을
기록하고 두자리를 유지해 온 인플레율도 지난 20년간 최저수준인 9.7%로
진정됐다. 올해는 성공적인 총선에 고무된 투자증가에 힘입어 3%의 성장과
8%정도의 물가상승이 기대된다.

남아공경제재건에 최대걸림돌은 총선이후의 정치적인 불안감이지만 불씨인
잉카타자유당이 총선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만델라의 지방자치
강화에 따라 줄루족들의 불만도 상당히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만델라가 자신의 개인적인 인기를 십분활용, 얼마나 결집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으나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1년내에 남아공경제의
궤도진입을 낙관하고 있다.

(이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