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은 지난해 제작된 프랑스영화다. 93년 세계를 제패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 의연히 맞서 프랑스영화의 자존심을 세운
대작이다. 사실주의의 대문호 에밀 졸라의 원작을 영화화했다.

1880년경 프랑스 북부의 몽수탄광. 기계공 에티엔(르노)은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나타난다. 갱속에 처음 내려가본 에티엔은 여자들과 아이들까지
짐승처럼 일하는 비참한 생활에 충격을 받는다.

경제적 위기가 계속되면서 자본가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않는 노동자
들을 해고해 나간다. 사회주의사상을 가진 에티엔은 파업을 주도한다.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속에서 시작된 파업은 군대의 투입에도 꺽일 줄
모른다. 사용자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뭉치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위협을
느낀다.

에티엔은 "바다가 어부의 것이고 땅이 농부의 것인것 처럼 광산은 광부
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의 열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파업은 결국 유혈사태를 부르고 실패로 끝난다. 굶주림 때문에
광부들은 회사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선량한 사람들이 죽어간 자리. 에티엔은 "피는 헛되지
않았고 언젠가 세상은 달라질 것"라며 떠나간다. "제르미날"은 노동자를
계급적 역사적 실체로 다룬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중요성을
가진다.

"목로주점"에서 가난과 체념의 늪에 빠진 존재로 묘사된 노동자는
"제르미날"에 와서 자본과 노동의 대립관계를 전복시킬 수 있는 변혁의
핵심체가 된다.

에밀 졸라 스스로 집필동기를 "나는 20세기에 가장 중요해질 문제를 제기
함으로써 미래를 예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하니 천재의 직관이 놀라울
따름이다.

"제르미날"이란 말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3월22일부터 4월19일까지의
"싹트는 날"을 의미한다. 20세기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양상으로 규정될 것이란 함축적 의미를 담은 내용이다.

르노, 제라르 드 파르디유, 미유 미유 등 프랑스최고연기자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마농의 샘"의 클로드 베리감독은 사실주의소설을
사실주의방법으로 그대로 따라가다 현대적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제르미날"로 싹튼 20세기는 이미 전혀다른 색깔의 꽃을 피운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7일 동숭아트, 씨네하우스개봉 프레지던트.렌느프로덕션제작, 우진필름
수입.배급)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