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리스 강성호부장은 이달말께면 정식 사장이 된다. 물론 본사
사장은 아니다. 새로 세워질 인도네시아현지법인의 사장이다.

국제투자공사(IFC) 인도네시아 발리은행과 함께 출자한 회사 사장을
맡는만큼 앞으로 할일을 생각하면 밤잠이 오지않을 정도다. "현지인과
동화해가면서 철저히 현지화를 추구하겠다"는 강부장의 어깨는 책임감과
책임감으로 가득하다.

강부장이 이제 곧 경영자가 되는 반면 개발부의 김용기차장은 이미 경영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김차장은 작년 3월까지만도 필리핀 자회사의
수석부사장이었다.

필리핀인 오너사장이 비상근이어서 실제는 사장과 마찬가지였다. 한국측
지분이 개발리스(10%)를 포함, 모두 20%에 불과한데다 한국인 직원도 혼자
뿐이었음에도 "경영을 좌지우지할수 있었다"는게 김차장의 설명이다.

개발리스가 이처럼 경영권을 완전히 가지고있는 자회사는 동남아시아에
모두 4개. 이달말 인도네시아법인이 세워지면 5개로 늘어난다. 해외로
진출하되 경영권을 갖고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현지화를 강조한 덕에 자회사들 모두 현지기업들과의 거래가 국내진출
기업들과의 거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게 특징이다. 물론 현지기업들과의
거래가 이익도 훨씬 많이 남는다.

방글라데시나 필리핀은 리스마진율이 10%에 이를 정도다. 최근 국내의
마진율이 기껏해야 0.5-1% 수준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점이 바로
개발리스가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리스가 해외진출에 나선것은 꼭 10년전인 85년. 리스사는 물론 다른
금융기관들도 국제화에 별 관심이 없을때였다. 방글라데시에 리스회사를
세워 경영을 맞아달라는 IFC의 권고를 받고 처음엔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화 연습"을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진출을 결심했다.

방글라데시는 지금도 금융기관의 대출회수율이 20%선에 불과한 금융
후진국이지만 지금까지 연체이자 한푼없이 회사를 경영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제일 번듯한 회사로 성장했고 엘리트들이 몰려들었다.
작년 3월에는 기업을 공개했는데 액면 1백다카(약 2천원)이던 주가가
1년만에 5백다카로 5배가량 뛰었을 정도다.

이회사는 기업공개를 하면서 국내처럼 종업원사주제도를 도입했는데 직원
들이 크게 환영한 것은 물론 현지 정부도 깊은 관심을 보여 공식적인
제도도입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과감한 정책결정들은 경영권을 개발리스가 갖고있기 때문에 가능
했다. 개발리스의 경영노하우는 이미 국내에서부터 축적된 것.

대부분 은행 자회사인 국내 리스사들은 모은행에서 수시로 임원들이 나와
장기적인 경영안정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발리스의
임원들은 대부분 자체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적어도 "리스경영"
에 관해선 자신감이 많은 편이다.

해외진출도 가장 먼저 시작, 가장 많은 자회사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자회사 경영자들도 이런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적극적인 경영에 매달린다.

그결과 뱅글라데시는 작년순이익이 5천6백60만다카로 92년(3천3백만다카)
보다 71% 늘어났다. 필리핀도 89년설립이래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
초창기 적자를 보였던 태국(91년 설립)과 홍콩(92년)도 작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5개 자회사간의 업무협조 또한 활발하다. 방글라데시에서 비행기등 큰
계약을 따냈을때 홍콩이나 방콕자회사와 컨서시움으로 참여할수 있고
홍콩자회사에 기채를 해서 다른 자회사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자금과
정보교류에서 시너지효과를 보는 셈이다.

개발리스는 조만간 말레이지아나 싱가폴등에도 자회사를 설립, "남방"
진출을 마무리한뒤 "북방"으로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위해 현재 중국
진출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물론 "중국진출은 북한과의 거래를 위한
전단계"(박진욱상무)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들어 홍콩자회사에서 연변의 조선족 해운회사에 디젤운반선을 리스
해주는 등 북한과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기업들과의 거래를 넓혀가고있다.

북한이 개방을 결심하고 경제를 키울려면 우선 설비투자를 해야할 것이고
여기엔 리스가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회주의국가
에선 "소유"가 아닌 "사용"개념인 리스가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가지고 있다.

"작년 필리핀 근무를 마치고 들어올때쯤 회사가 어느정도 안정괘도에
오르니까 일본리스회사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김차장의
말처럼 뱅글라데시진출이후 지난 10년간은 말그대로 큰 시련없었던
"국제화연습"기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내에서가 아닌 국제경쟁에서 일류로 살아남기위한 싸움의 시작은
이제부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