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일주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0km쯤 달리면 해변촌락 애월읍
이다. 이곳에서 산간지역으로 나있는 서부산업도로를 따라 1km정도 더
들어가면 오른쪽 외진 곳에 조그만 공장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돌담입구에 제신개발(대표 이두성)이란 상호가 붙어있다. 전형적인
"제주형"회사다.

사무실앞에는 종려나무가 버티어 섰고 안쪽으로 포클레인과 불그스름한
흙더미, 대형혼합기가 보인다. 사방이 감귤나무밭과 소나무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 기도원이나 절간이 더 어울릴 성싶다.

제주도에선 종업원 5명이상의 2백50여 업체들 대부분이 제신개발처럼
마을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자연보존을 우선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마을 인근에는 공장세우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회사마당에는 특이한 무늬의 벽돌과 타일이 양생중이었다. 직원들이
"송이벽돌" "송이타일"이라 부르는 제품들이다. 제신은 세계에서 한곳
뿐인 송이제품 생산회사다.

제주도말인 "송이"는 화산폭발때 분출된 여러물질중 다공질의 화산쇄
화산사 화산회등이 결합해 만들어진 덩어리. 기공이 많고 가벼우며
적갈색 황갈색 흑색 암회색을 띤다.

송이는 제주도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세계적인 자원이다. 매장량이
너무많긴 하나 자원의 효율적 이용차원에서 적절한 개발이 요망되는
원자재이기도 하다.

섬내 4백여개의 올망졸망한 기생화산은 온통 송이로 덮여있다. 보존가치
가 있는 화산체를 제외하더라도 채굴가능한 송이량은 약 2백억 . 거의
무한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와 중국 일부산지에 송이가 묻혀있으나 퇴적량에서 제주도
에 비길바가 아니며 아직 상품화되지도 않았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제신은 송이를 이용해 벽돌 타일등 무늬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붕재
바닥재 화분재등으로도 쓰인다.

이두성사장(40)이 이분야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89년. 전직장인 제주
지방 공업기술원 재직때 일본으로부터 송이특성 조사의뢰를 받아 연구하던
중 개발가능성과 시장성을 확신하고 이사업에 뛰어들었다.

너무 흔해서 가치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송이가 이사장에 의해 빛을 본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송이의 특성에 집착했다. 송이는 일반 적벽돌이나
타일보다 가벼울뿐아니라 흡음 단열 보온 흡수효과가 뛰어나고 견고하다는
것을 실험결과 알아냈다. 습기에 따라 다양하게 변색돼 외양도 예쁘다.

건물의 무게를 덜어줄뿐 아니라 건축비도 절감할수 있다. 적벽돌보다
2배반정도 비싸긴 하나 더없이 좋은 건축자재이다. 서울63빌딩이나 제주
KAL호텔 빌딩건축시 송이가 모래 시멘트와 함께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학계가 공동연구를 의뢰해올 정도다. 제신은 이제 이분야에선 "박사"급
존재가 되어있다. 송이 시멘트 모래의 배합에도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배합비율에 따라 흡수율 강도 열전도 색상이 크게 달라진다.

제신의 직원수나 외형은 아직 적다. 11명의 마을주민과 직원이 주문에
대기 위해 절단기의 소음에도 아랑곳없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카탈로그 한장없이 주문에 따라 생산및 영업을 해왔으나 입에서 입으로
송이의 특성이 널리 알려지자 송이제품을 찾는 전화가 매일 빗발치고있다.

제주도보다는 오히려 육지에서 주문이 더 많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반출
하는 유일한 건축자재라고 직원들은 자랑한다.

판매망도 기존 서울대리점 1개에서 전국주요도시로 확대해나가고 일본
등지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 토박이인 이사장은 종업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산재보험
재형저축 혜택은 물론 급여도 후한편이다. 밀감철에도 종업원들을 직장에
붙들어 둠으로써 공장을 풀가동하겠다는 생각이다. 올매출목표는 13억원.

제주도내 회사가운데서는 상위급수준이다. 외형규모가 적긴하나 이분야
에선 세계제일이다. 해마다 고용규모와 외형을 늘려갈 계획이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송이산을 적절히 개발,여기서 얻은 이득의
일부 역시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쓰겠다고 이사장은 말한다.

<북제주=문병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