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지,미리 그렇게 부정적인 가정을 할 필요는
없어요. 매사를 나는 밝은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아,그래요? 좋은 일이죠. 허허허..."

영국 영사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 웃음 역시 어딘지 냉소가 담긴 그런
것이었다.

"독립국가의 정치형태를 공화제로 한다지요?"

프랑스 영사의 질문이었다.

"그렇소"

"그거 참 좋은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공화국을 세워 독립을 잘 유지해
나가길 빌겠습니다"

"고맙소"

에노모토는 프랑스 영사를 향해 살짝 고개까지 숙여 감사를 표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대조적으로 막후에서 은밀히 막부진영을 지원해 온
터였다. 두 나라는 유럽의 본국 쪽에서도 항시 대립적인 관계이듯이, 일본
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경쟁적인 긴장관계였다. 비록 이제 막부가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 잔존세력이 홋카이도에다 독립국가를, 더구나 공화제의 나라를
세운다고 하니, 프랑스로서는 은근히 기대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양국 다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엄정중립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은연중
그 내심을 회담중에 내비치는 것이었다.

회담이 끝나고, 두 나라 영사와 함장이 돌아가고난 다음 히지가타로부터
비마가 당도했는데, 후쿠야마성을 무찔렀다는 것이었다.

"오, 됐어 됐어. 회담이 끝나자 승리의 소식이 날아들다니 좋은 징조가
아닐 수 없지. 우리의 꿈이 틀림없이 실현되고야 말거야"

다분히 낭만적인데가 있는 에노모토는 온 얼굴에 활짝 함박웃음을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며칠 뒤 에노모토는 가이요마루를 이끌고 후쿠야마 앞바다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여 히지가타를 만나 얘기를 들으니, 번주인 노리히로는 미리
에사시로 피했고, 성이 무너지자 살아남은 가신들과 패잔병들이 모조리
그곳으로 도주를 했다는 것이었다. 일부 선발대가 추격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소탕전을 곧 또 대대적으로 전개해야 되겠다는 히지가타의 의견
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자구요. 나도 참전을 하겠소"

"그러시다면 문제는 더욱 간단하지요. 그럼 내일 총공격을 개시할까요"

"준비가 돼있으면 그렇게 해요. 우리 해군쪽은 언제든지 좋으니까요"

"그럼 내일 새벽에 총진격을 하겠습니다"

"좋아요. 우리도 내일 새벽에 에사시로 향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