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 단대산업노사대학원장 >

단국대가 최근 고분자화학 교수 1명을 뽑는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무려
53명이나 응모했다. 이는 학문 전분야에 걸쳐 일반화되어 있는 현상으로
고학력 인력이 엄청나게 남아돌고 있음을 말해준다.

필자의 전공분야인 경제 관련 학회에 가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금방 드러
난다. 세미나 장에는 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고 유능한 학자들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한국은 지금 고학력 인력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를 쉽게 알수 있다. 21세기에는 천연자원이나 노동 대신 인적자원이
중요한 생산요소가 되며 앞으로 펼쳐질 세계경제전쟁에서는 인적자원이
승패를 가름할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순 전부총리는 최근 "세계무역기구 질서는 비단 상품의 무역에 관한
질서일뿐 아니라 서비스 경쟁, 나아가서는 두뇌및 지식의 경쟁, 국가나
기업간의 능력 경쟁에 관한 질서가 될 것이다. 경쟁의 영역이 이렇게 확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힘겨운 도전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이 60,70년대를 통해서 세계
에서 손꼽히는 고도성장을 이룩할수 있었던 이유는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도성장은 고학력 인력에 대한 수요 못지 않게 고학력
인력의 공급도 확대시켜왔다. 그동안 많은 젊은이들은 유망한 일자리를
얻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대부분 자신의 돈을 투자, 석사 박사학위
를 받았다. 현재 이같은 고학력 인력은 거의 전분야에 걸쳐 초과공급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그대로 방치되어야 할 것인가. 물론 그래서는 안된다. 정부
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학력 인력활용정책을 마련,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업 상태의 고학력 인력을 흡수해야 할 것이다. 고학력 인력 흡수방안의
하나로 교수 조기정년제 도입이 필요하다.

교수의 조기정년제란 교수가 65세 정년 퇴직때까지 벌어들이게 될 급여를
일시에 받거나 연금 형식으로 매달 받는등 금전적및 비금전적 혜택이
주어지게 될때 "자발적인 의사를 바탕으로" 법정퇴직 연령이전에 대학을
떠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미국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큰 호응을
얻으면서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사립대가 대부분인 한국에서 대학의 예산만 가지고 교수의 조기정년제를
실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기 정년퇴직을 원하는 교수들에게 65세
까지의 급여를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규채용을 위해서 지출을 또
추가로 증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의 조기정년제를 실시하려면
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지 않을수 없다.

교수의 조기정년제를 실시하는데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조기정년이
적용될수 있는 전공분야와 교수연령의 결정, 조기정년후에도 적용되어야 할
보험과 연금의 수혜 방법, 조기정년제가 적용될수 있는 교수의 인적 조건,
필요경비등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 이같은 문제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교수 조기정년제 실시의 주목적은 젊고 유능한 고급인력을 대학에
불러들여 학문의 세대교체를 이룩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데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인재은행"을 신설하여 남아도는 고학력 인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신규채용에 공정한 기준이 적용될수 있도록 수준높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같은 조건들이 갖춰지게 되면 교수의 조기정년제는 처음에는 첨단과학과
같은 특수분야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실시되다가 점점 확대 될수 있을
것이다.

교수의 조기정년제 - 이는 남아도는 고학력 인력을 활용할뿐만 아니라
학문의 세대교체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