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반대해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경남 양산군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모습은 지난 90년의 안면도사태 이후 정부의 핵폐기물처리장
건설노력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같아 답답
하기만 하다.

사건이 터진 양산군은 6개 건설후보지에 조차 들어있지 않은 곳으로 일부
주민대표들이 정부기관과 문의차원에서 접촉한 사실만으로도 이처럼 큰
소동이 벌어지게 되었다니 핵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알레르기가 어느정도
인지를 짐작케 한다.

정부의 원자력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계획은 역대 통치자들의 소극적
자세와 극심한 지역이기주의에 막혀 지금까지 겉돌아온게 사실이다. 이번
양산군 사태에서 보듯 지역주민끼리도 자유롭게 반의사 표시를 할수 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원자력발전을 그만 둘 입장은 못된다. 국내 전력생산의 원자력
의존비율은 43%로 프랑스 일본등과 함께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데도 아직
영구처분장 하나 없어 각 발전소에서 임시저장해 놓고 있는 핵폐기물이
93년말 현재 4만3,000드럼에 이르고 있다.

이런 추세로 쌓인다면 오는 2002년에는 임시시설의 저장한계인 7만
7,000드럼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울진발전소의 경우는 내년이면 임시
저장소조차 포화가 돼 더 쌓을 데가 없다는 것이다.

안안도사태이후 정부는 서울대 인구및 발전문제연구소에 의뢰해 6개후보지
를 선정했었는데 지역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오는 6월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지역법"시행령이 발효되면 우선 협의대상 지역을
선정해 다시 대화에 나서본다는 계획이지만 가장 가능성이 컸던 양산군과의
대화마저 이번 사태로 끊기게돼 실의에 빠진 모습이다.

역대 정권들은 이 "뜨거운 감자"를 다음정권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했을뿐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는 맥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핵이라면 몸서리를 치던 일본 국민들에게 핵을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인식시키기까지 일본 지도자들이 보여준 끈질긴 노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역주민측에서도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원자력에 대한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로 주고 받을 것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합리적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