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8년 12월25일,마침내 에소공화국의 수립이 선포되었다.

에노모토 총재는 고료카쿠에 서양 여러 나라의 공사와 영사, 그리고 공관원
전원과 거류민들의 유지를 다수 초청하여 대축하연을 벌였다. 그 석상에서
먼저 그는 에소공화국의 수립을 선언했고, 이어서 각료 명단을 공표하였다.

그 시각에 바깥 포대에서는 쾅- 쾅- 쾅- 축포가 울려퍼졌다. 무려 백한발
이나 축포는 계속되었다.

그런 속에 연회는 베풀어졌는데, 서양 여러 외교관들과 축배를 나누며
담소를 하는 에노모토는 시종 싱글벙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에노모토뿐이 아니었다. 모든 각료와 주요 지휘관들도 기쁨이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육군부대신이며 치안권과 재판권을 동시에 손아귀에 쥐어 실세로
등장한 히지가타는 술기운이 좀 오르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아낄 줄을 모르니 한심한 일이야"

"무슨 말씀입니까? 연회가 너무 성대해서 하시는 말씀인지요?"

옆에 섰던 야나가와구마기치였다. 그는 하코다테의 협객으로 이번에
"에소공화국 어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무기의 수송과 군사관계 잡역부의
조달 따위를 맡게된 사람이었다.

"연회야 뭐 기쁜 날이니까 성대해야 되겠지만, 저 축포 말이오"

"축포가 왜요?"

"저렇게 백한발이나 쏘아댈게 뭐냐 그거요"

"국제관례가 아닐까요?"

"아무리 국제관례라고 하지만, 우리가 지금 무기를 낭비하게 됐느냐
말이오. 명년 봄에 내 생각에는 틀림없이 사쓰조 놈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쳐올라올 건데,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지, 쓸데없이 낭비를 해서야 되겠소?"

"축포로 쏘는 포탄은 실전용과는 다르잖아요"

"그럼 그건 뭐 누가 공짜로 준 건가요? 돈을 그런데 낭비해서는
안된다구요. 난 에노모토 총재가 너무 서양물이 들어가지고 겉멋을 부리는게
못마땅하다구요"

그러자 술컵을 들고 같이 어울려 있던 심형도류의 이름난 검객인
이바하치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히지가타 도노, 귀하는 이제 막강한 임무를 양어깨에 걸머진 귀하신
몸입니다. 말을 함부로 안하시는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내가 뭐 틀린 말을 했나요? 나는 할말은 하는
사람이오. 알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