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국제투자신탁회사(GITIC).

중국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광동성에서 가장 큰 투자
신탁회사다. 이 회사의 자산은 55억달러의 방대한 규모로 사업영역은 외국
제조업체와 합작에서부터 대형공장건설 부동산 리스 복잡한 금융거래에
이르기까지 경제개발을 위한 거의 전부문에 걸쳐있다.

광동성은 물론 중국중앙정부와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활동
하고 있는 이 거대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은 이 회사의 부회장이자 사장인
후앙 얀틴씨(53).

그는 오랫동안 공산당에 몸담아 왔다가 지금은 기업인으로 변신한 사람
이다. 중국이 개방정책으로 전환할때 판에 박힌 공산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재빨리 시대의 흐름에 적응한 사람들중의 하나다. 그와 GITIC의 관리층은
대부분 이런 변신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인 재벌 금융거래인의 역할을 동시에
떠맡은 사람들이다. 중국사회에 새로운 신분계층을 형성해가고 있는 이들이
바로 "붉은 자본주의자"인 셈이다.

이들은 자본주의경제로 진입하면서 과도기를 맞고있는 중국에서 사회적
안정을 자져다주는 결정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국의 각 성에는 GITIC와 같이 성정부가 지원하는 투자신탁회사들이
많다. 그러나 GITIC처럼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은 그리 흔치 않다.
따라서 이 회사를 움직이는 후앙사장은 이미 중국의 일류기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광동성은 물론 중국전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제조 건설 금융서비스분야에서의 합작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울 정도다.
자연 그의 사무실은 중국진출에 나서려는 미국 일본등 여러나라의 투자자나
금융자산가들로 늘 붐빈다. 최근에 그는 지난 92년부터 합작관계를 맺어
광조우에 6개의 햄버거 지점을 낸 미국 맥도널드와 오는 95년까지 다시
5개의 지점을 추가 개점하자는 협의를 하고 있다. 또 미국 크라이슬러와
12억달러규모의 미니밴 공장합작건설문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처럼
붉은 자본주의자들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점심과 점심후 1시간씩을 제외하곤 하루 14시간씩 일에 매달린다.
오후 10시쯤에 일과가 끝나면 직원들과 함께 가라오케에 들러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는 항상 부지런하고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년 광동성의 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광동의 중산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후 경제분석가로 정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동안 교사로서 봉직한
경험도 있다. 등소평이 개방정책을 표방한 79년 광동성 부성장의 비서로
근무했던 그는 83년 GITIC의 이사회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그후 그는 11년
동안 승진을 계속하면서 이 회사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키우는데 전력을
다했다.

중국의 새로운 엘리트계층을 형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그에 대한
대우는 대단하다. 물론 급료는 서방기업의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그는 방이
4개 달린 대저택에서 살고 있으며 큰 아들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공부시킬 만큼 여유가 있다. 또한 출퇴근할때 일제 실버그레이 렉서스를
타고 회사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사용하고 있다.

기업가로서 그의 정력적인 활동을 보아온 사람들은 그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몇몇사람은 그가 이끌고 있는 이 회사의 사업확장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홍콩에 진출해 있는 한 미국계 은행
관계자는 "만약 GITIC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없이 사업을 확대
한다면 우려의 눈길로 지켜봐야 한다"며 "그들이 과연 그처럼 다양한 분야를
경영할 능력이 있는가"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의 이같은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초 자신이 세운 계획
을 계속 밀고 나갈 방침이다. 그는 향후 2000년까지 이 회사의 자산규모와
순익이 연간 15~18%씩 성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김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