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개방화추세에도 불구하고 기술보호주의와 기술민족주의는 더욱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제 주요기술은 국가간 기업간에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것이 되었다. 과학기술의 국제적 교류란 그럴듯한
허울일 뿐 핵심기술은 독자적 개발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당장 빼먹기는 곶감"이라는 안일한 사고
방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갈 뿐더러
투자효과도 불투명한 과학기술투자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기술을 사들여 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새로운 시대에도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들어 이러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변화를 가져다줄 대내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기대를 걸게 한다. 집권초기 다른 분야에만 매달려
있던 대통령이 요즘들어 산업기술현장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졌고 이에 따라
과학기술 유관기관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주 21세기위원회가
청와대 보고에서 연구개발투자를 앞으로 3~4년동안 국민총생산(GNP)의 4%
수준까지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나 지난17일 국가과학기술자문
회의가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제화를 저해하는 과학기술관계 법령을
과감히 정비할 것을 건의한 것도 그같은 자세변화와 관련해 의미있는 일로
해석된다.

자문회의에서도 지적됐듯이 과학기술경쟁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에 각종 과학기술관계 법령이 200여개에 이르러 경쟁력강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수 없다. 더구나 이들 법체계가
보호및 간섭위주로 되어 있어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을 강조하는 세계무역기구
(WTO)체제하에서는 국제적인 시비거리가 될 소지마저 안고있다. 따라서
새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규제완화차원에서도 하루 빨리 자율경쟁을 유도하고
인력 정보등 기반구축을 지원하는 체제로 과학기술관계법령을 대폭 손질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신3저"에 힘입어 급속도로 경기회복국면을 맞은 산업계로서는
80년대의 "구3저"때처럼 단순히 가격경쟁력회복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를
기술혁신을 통한 국제경쟁력배양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한때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미자동차업계의 "빅3"이 작년 96억달러의 경상이익을 내면서
되살아난 것이나, 혹독한 엔고속에서도 끄떡없이 버티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뒤에는 뼈를 깎는 신기술투자가 있었음을 눈여겨 볼 일이다.

오늘날 세계가 알아주는 우리기업의 괄목할만한 외형적성장은 진정한
기술혁신으로 뒷받침될 때만 제대로 뿌리를 내릴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