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긴 것은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정신의 발현과 함께 통일조국을 향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으로 상징된다.
북한핵문제로 남북간의 긴장분위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긴 것은 한겨레에 대한 인권과 자유권의 확보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절대가치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서울에 온 벌목공 5명은 당국의 보호속에 당분간 우리 사회적응을
위한 제반교육을 받는 한편 곧 기자회견을 통해 시베리아벌목장과 북한사회
의 어려운 실상을 밝힐 계획이다.
<>.벌목공들이 입국할 경우 이들을 망명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귀순자로
볼 것인가를 놓고 정부내에서도 혼선이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분류가
한때 쟁점으로 떠오른 일이 있다.
이들은 분명히 적법절차를 밟은 귀순동포들로 분류, 상응하는 법의 보호와
대우를 받게 된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이들은 대한민국헌법 제3조가 정의하고 있듯이
우리의 영토에서 살다가 제3국에 일시 거주한 뒤 다시 귀국한 형식을 갖춘
때문이다.
이들은 귀순북한동포보호법에 따라 주택및 정착금지원을 받게 된다.
귀순자에게는 소규모주택을 임대 또는 무상지원하고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까지의 정착금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귀순자 한명당 일년에 드는 예산이 수천만원에
이른다면서 6억원정도 책정된 올해 예산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만큼
일단 예비비에서 사용한 뒤 내년예산에 증액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앞으로 귀순동포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 법과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주택이나 정착금지원을 상당부분 축소하는 한편
직업훈련등을 통한 정착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벌목공의 귀순과 관련, 한국자유총연맹이 이들을 위해 모금한
5천5백만원을 17일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하는등 사회각계에서 이들을 위한
성금모금도 예상되고 있다.
<>.벌목공들의 입국과 관련,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초조했고 신경을
곤두세웠던 곳은 다름아닌 외무부였다.
벌목장을 탈출, 유랑생활을 하는 동포들의 비참한 모습이 전해지면서
정부는 북한핵문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자칫 여기에 개입하는 자체가
평양으로 하여금 어떤 분쟁의 구실을 삼을 수도 있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북한핵문제로 남북대화가 단절되고 "불바다"발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사법공조조약을 맺고 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자칫 외교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니냐하는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탈출벌목공들을 서울에 데려와야 한다는 고위층의
판단이 내렸고 한승주장관과 최동진제1차관보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 우리
정부의 의지를 전달해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평양은 러시아에 대해 이들이 "사업장"을 무단탈출한 범법자들인만큼
사법공조조약에 따라 즉각 북한으로 송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러시아는 이들에 대해 거주증명서를 발급, 이들이 한국으로 떠날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러시아가 김영삼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정치적인 배려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언론들도 시베리아
벌목장 북한벌목공들의 인권문제를 특집보도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정부의 선택은 분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외무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 귀순신청을 한 벌목공은 모두 90여명
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심사과정에서 과거 경력이나 범법사실
등이 드러나 제외된 경우도 있어 귀순가능한 숫자는 약 20명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1진이 서울에 온 것이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당장 북한사회를 변화시키고 통일분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우선 국경주민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모든 방법을
통해 이같은 소식이 북한주민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주민들을 우리 정부가 납치했다고 역선전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납치, 북한사회로
"귀순"한 것으로 선전할 수도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북한체제에 우리의 우월성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부는 북한사회의 체제붕괴나 거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대비, 통독과정에서 본 것과 같은 이른바 "난민"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미리 세워두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 남북한의 주민들이 이질감을 극복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는가를 예단하고 통일한국을
대비한 정부의 준비작업에 하나의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승현기자)